장마와 함께 찾아온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2주 전. 시골마을에서 지붕수리 작업을 하던 중 지붕이 무너지면서 미끄러져 2미터 높이에서 바닥에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사업단 실무책임자와 단원 한사람이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작업현장은 교통이 불편한 오지마을이어서 간신히 119의 도움을 받아 시내 병원에 이송해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검사 결과 다행히 머리에는 이상이 없다기에 안심하며 살갗이 찢겨나간 상처 몇군데를 꿰매고 있는데 엑스레이를 판독하던 의사 선생님께서 '아~참! 세상에 몸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하면서 혀를 끌끌찼다. '아마 이환자는 오랜 세월 엄청나게 술을 많이 마셔온분이 틀림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환자는 그 영향으로 척추를 비롯한 몸안의 모든 뼈들이 아이 많이 낳은 할머니 뼈처럼 속이 텅비어 있다고 했다. 의학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선명함이 없고 흐릿하게 나타나는 필름 영상으로 보아 튼튼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환자의 나이로 볼때 이정도의 충격으로 뼈손상이 이처럼 심각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의사로서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의사의 예단은 정확했다. 나이가 50이 다 되도록 가난 때문에 장가도 못들고 홀어머니 모시고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한많은 농촌 총각이 술마시는 일 말고는 자신의 슬픔과 고독을 달랠 길이 없을 터였다. 그러니 몸이 제대로 지탱할 수 있었겠는가.
필자가 일하는 곳은 국가가 정한 최저 생계비 이하의 소득이나, 그와 유사한 생활을 하는 주민들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일자리를 통해 경제적인 자활 자립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계속적인 지원 관리를 하는 곳이다. 사회적 일자리 제공을 통해 지역사회의 복지 발전과 화합을 이루고자하는 빈곤 탈피의 목적을 가진 국가지정기관이다. 그 목적에 따라 시행하고 있는 일들 중 하나가 저소득층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 집수리 사업이다. 물론 이 사업단에 속한 사람들은 국가에서 생계비를 지원 받는다.
작업 중 사고를 당한 k씨도 이 사업단에 속해 있는데 비가 새고 있지만 몸은 늙고 생활은 궁핍하여 장마를 앞두고 어쩌지 못하고 있는 수급자 가족들의 지붕을 정성스럽게 고치던 중이었다. 솜씨 있고 완숙한 기술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가난의 고통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몸과 맘을 아끼지 않고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노동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명절이 되어도 도회지에 나간 자식들마저 찾아오지 않는 외로움에 한겨울 양지쪽에 멍하게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 시집온다는 처녀가 없어 그냥 그냥 하루 하루 외롭게 늙어버린 쭈구렁 총각들, 심한 장애 때문에 창피하다고 할머니집에 맡겨진 버림 받은 아이들.......요즘 농촌의 현실이다.
이들에게는 물질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는 끊임 없는 관심과 인간적인 교류, 정서적 위안이 더 필요하다.
인간의 진솔한 내면의 정서와 교감을 무시하고 작은 물질의 적선으로 위안 삼으려 하는 오늘의 상황은 그래서 안타깝다.
전국에는 가난한 생활속에서도 매일 매일 아름다운 노동을 하는, 마음만은 부자인 자활 가족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 다시 한번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K씨의 빠른 쾌유를 빈다.
/김영배(김제자활후견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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