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2시 전주 인후문화의 집(관장 이명연). 엄마·아빠와 손을 잡은 아이들이 시나브로 몰려든다. 가족문화체험 ‘주말은 엄마랑 아빠랑’. 신청자는 12가족 36명이지만, 3가족의 참가가 미뤄졌다. 3∼4명인 가족이지만, 온 가족의 나들이는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닌 모양이다.
기용이네 가족은 봉동에서 나들이 왔다. 문화의집에서 주관한 문화체험도 처음이다. “얼떨결에 운전기사로 따라왔다”는 아빠 유민오씨(37·축산업·완주군 봉동읍 장기리)와 “좋은 어린이공연이 있으면 가끔 보러 간다”는 엄마 김명숙씨(37), 그리고 예리(8·봉동초등학교 1년)와 기용(6)이다.
기용이네 가족이 즐겁고 의미 있는 여름나기에 도전한 프로그램은 가족연극과 도자기 체험.
“인터넷 다 뒤져가면서 마음먹고 신청했어요. 방학인데 아이들하고 특별한 경험을 해봐야지요. 봉동에는 문화의집 같은 문화시설이 없어서 아쉬워요.”
적극적인 엄마와 달리 아빠는 휴게실에서 잡지며 신문을 들척인다. 잠시. 기용이도 슬며시 강의실 문을 열고 나온다. 한 여름 날 오후, ‘추워서’라는 핑계를 댔지만, 아빠 품이 그리운 모양이다. 기용이의 이마와 무릎, 팔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하루에 한번씩 깨져서 돌아와요…. 어린이날 이후로 온 가족이 처음 외출한 것 같네요. 작년 여름에는 아무데도 못 갔어요.”
아빠는 속이 상한다. 고무줄로 실뜨기 놀이를 하는 기용이. 8각형으로 변한 고무줄을 아빠에게 전한다. 표정은 금새 ‘장한 내 아들’로 바뀐다. 아빠 손도 상처가 태반이다. 매일 한우(韓牛)들과 씨름하는 고단한 노정이 녹아있다.
금새 고무줄 친구가 된 두 남자는 두 번째 강의인 도자기 체험은 꼭 함께 하자고 약속한다.
이윽고 도자기 체험. 아이들이 강의실 뒤에서 뜀박질하고 놀아도, 야단치거나 귀찮아하는 사람은 없다. 도자기의 틀을 잡고 모처럼 ‘흙장난’에 한창인 엄마와 아빠. 흙으로 먹고살지만, 흙으로 모양을 만들기는 처음. 아이들은 소꿉장난 비슷하다. 그래도 예리는 조각칼로 흙을 떠내거나 흙을 굴려 붙이는 솜씨가 제법이다.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기용이는 맥없이 진흙 수제비를 뜬다. 서로 만든 도자기의 모양을 조금씩 손질해주다 보면 새록새록 몰랐던 정도 붙는다.
“가끔 옆집과 어울려서 봉동 근처에 놀러가기는 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행사에 자주 참가해야겠어요. 아이들도 그랬지만, 저나 아빠도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8월에 임실 오궁리 미술촌에서 열리는 생활도자기 체험도 방금 신청했답니다.”
기용이네 가족의 여름나기는 잘 빚어진 도자기처럼 단단하고 옹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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