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란 분이 계셨지. 전 세계를 구름처럼 떠다니면서, 맞짱을 뜨신 분이야. 그 양반은 황소뿔도 여러 개 작살내셨다. 이런 식이다. 딱, 아… 아… 앞에 딱 서. 너 소냐? 나… 나… 최영의야! 그리고 뿔을 딱 잡어. 그리고 내리쳐. 소뿔이 부러질 때까지….”
세계를 돌며 중국의 쿵푸, 프랑스의 사바테, 브라질의 카포에라, 미국의 프로레슬러, 태국의 킥복서 등과 실전을 벌여 무패행진을 이어나갔던 최영의. 영화 ‘넘버 3’에서 송강호가 말했던 최영의는 바로 ‘신의 손’이라 불렸던 김제 출신 최배달이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조센진으로 살아야 했던’ 최배달의 일대기를 그린 ‘바람의 파이터(감독 양윤호)’.
독특한 개성으로 연기파 배우로 성장한 양동근과 ‘워터보이즈’의 일본 여배우 히라야마 아야가 주인공을 맡았다. 당초 가수 비와 유민이 캐스팅 됐었지만, 관객들은 아쉬움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양동근의 열연을 만나는 즐거움이 더 크다.
열두살 소년 최배달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일본인 교관의 부당한 차별로 일본 항공학교를 중단한 그는 학교에서 사귄 친구 춘배와 어린시절 자신에게 택견을 가르쳐 줬던 범수와 함께 조선인 학교 건립을 꿈꾼다. 그러나 야쿠자에게 그동안 모은 배급표와 돈을 빼앗기고 친구 범수를 잃는 배달은 복수를 위해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들고 산으로 들어간다.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고, 그는 일본 무도계에 도전장을 던진다. 일본 도장들을 차례차례 격파하면서 언론은 그를 대서특필하고, 한편에서는 그를 겨냥한 음모가 시작된다.
세계가 인정한 절대신화의 주인공 최배달. 그는 한국인에 대한 일본의 차별과 무시 속에서 가슴 속 울분을 수련의 에너지로 삼았다. 그러나 해방 후 조국은 단지 그를 소를 때려잡는 싸움꾼으로 치부했다.
한국이 끌어앉지 못한 영웅은 일본으로 귀화하게 된다.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말을 남긴 그는 ‘배달민족’이란 뜻으로 이름을 ‘최배달’로 바꾸게 된다.
‘무도의 궁극적인 힘은 사랑’이란 신념 아래 사람을 죽이는 살법(殺法)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활법(活法)을 추구했던 20세기 무도인 최배달. 일본에서 극진가라테라는 무술을 창시한 ‘전설의 승부사’에게 영화는 따뜻한 시각으로 인간적인 면에서 접근한다. 거친 삶 속에서 만난 아름다운 게이샤 요우코와의 사랑도 엷지만 은은하게 그려진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