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골살이 들어보세요”
농촌생활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고 싶은’, 자연의 동경. 우리가 먹을 것을 논과 밭을 직접 갈아 만들어 먹고, 시냇가에서 하루 종일 놀다가 새카맣게 그을려 돌아오는 아이들의 순박한 눈망울을 바라보는 것. 그러나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시골에서 사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결심은 수없이 해도 막상 짐을 싸는 일부터 곤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의 터전을 도시에서 시골로 옮겨 농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책으로 보며, 시골에서의 일상을 먼저 경험해보는 것도 미래를 위한 근사한 투자다.
△‘오늘도 나는 지렁이에게 안부를 묻는다’
도시를 등지고 시골로 내려간 지식인 10명의 이야기를 담은 ‘오늘도 나는 지렁이에게 안부를 묻는다’(옹기장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좋은 시골살이’를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농촌생활의 의미와 건강한 삶의 방식, 생태 위기에 대한 대안 등이 소박한 문체에 담겨 있다. 특히 지난 1996년부터 무주에서 생태마을을 꾸리며 사는 허병섭 목사(64·푸른꿈고등학교 이사)의 글이 먼저 눈길을 끈다.
‘노동을 하는 내내, 눈에는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자연이 들어온다. (중략) 돈이나 명예나 인기, 지배와 쾌락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생명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먹을 것이 생기고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오늘 못한 일은 내일 하면 되지’라는 작은 제목을 단 그의 글에서는 간소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자연의 삶이 숨쉰다. “인위적이어서는 안되고, 들풀이 자라듯” 사는 삶이다.
동화작가 권정생씨와 산청 간디학교 양희규 교장, 여성학자 오한숙희씨, 소설가 윤정모씨, 전국귀농운동본부 이병철 본부장, 번역과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주 목사, 생명농업과 우리의학연구가로 알려진 정호진 목사, 생명철학으로 집짓기 운동을 실천하는 정호경 신부, 옛아이들놀이노래이야기연구소 편해문 소장 등 책장을 넘기면서 이어지는 또다른 삶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0명의 이야기는 다르면서도 같다. 우리가 잃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한결같이 일깨운다.
△‘자연달력 제철밥상’
도시의 생활을 접고 10년 가까이 무주 산골에 정착하고 있는 귀농인 장영란씨(45). 남편, 두 딸과 함께 5백평의 논, 1천평의 밭을 부치며 살고 있는 그가 펴낸 ‘자연달력 제철밥상’(들녘)은 현대판 ‘농가월령가’나 ‘산림경제’라고 불릴 만큼 훌륭한 자연교과서다.
장씨의 농가월령가는 자연달력에 맞춰 농사짓고,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일상을 구수한 입담으로 들려준다. 정월대보름 지나고 농사일이 시작되는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12장에 걸쳐, 음력의 24절기와 맞물린 농사체험이나 제철 곡식과 채소를 이용한 밥상메뉴와 장담그기, 쌀알이 동동 뜨는 막걸리 담그기 등 구체적 요리법 외에도 월별 자연달력이 담겨 있다.
‘아이들도 잘 먹고 잘 자고, 하루를 자기가 주인이 되어 살아간다. 어디 가서 이렇게 살아보겠나, 곡식과 아이들이 자라는 기운에 나도 힘이 난다.’
곡식 이삭이 나온 지난 입추에 벼꽃 구경을 했을 장씨의 가족은 내일모레 여름 기운 꺾이는 처서가 오면 찬바람 맞으며 산 버섯 따러 주변을 휘 둘러볼 것이다. 버섯보다 먼저 칡꽃을 발견하면 김장거리 농사에 한껏 설렐 생생한 기운들….
말 그대로 기계 로터리질이든 소 쟁기질이든 땅을 전혀 갈지 않는 ‘무경운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장씨 가족이 섭취하는 것은 모두 제철음식. 무공해 청정음식이며 생명력 넘치는 건강식이다.
농사짓기에서나 생활에서나 만만한 게 없었을 장씨 가족은 수많은 시행착오도 거쳤을 터. 그러나 지금 이들은 무엇이 참된 평화인지,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장씨는 서강대 국문과를 나와 사회운동과 대안교육운동을 했던 활동가 출신. 한국글쓰기연구회와 정농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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