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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미술 정체성 확인을 위한 세미나' 남원한국콘도서 열려

'전통미술 정체성 확인을 위한 세미나'가 28일 저녁 8시 남원 한국콘도에서 열렸다. ([email protected])

 

‘새로운 전형의 발생과 서구 회화의 유입은 동양회화의 변혁을 가져오게 됐다. 이러한 변혁의 새로운 활력은 동양회화의 선택성과 다양성을 배가시켰지만, 동양회화 고유의 영역 자체가 모호해지게 되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게 됐다.’

 

현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한지와 모필의 조형작업을 하고있는 작가들에게 전통미술의 정체성 탐구는 발전적인 작업을 위한 멈출 수 없는 고민이다.

 

전라미술연구회가 전국 80여명의 작가들을 초대한 ‘전통의 힘(9월 2일까지 전북예술회관)’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저녁 8시 남원 한국콘도에서는 ‘전통미술 정체성 확인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작가들은 모필의 재료적 접근에 대한 입장과 활용 방안 등을 다양하게 제시하면서도 동양회화에 있어서 한지와 필묵의 중요성과 정신적 가치에 공감했다.

 

‘현대필묵의 오늘과 내일’을 발표한 김상철 공평아트센타 관장은 “예술은 언제나 시대를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며, 동양회화 역시 이미 다양화됐다”며 “이제는 다변화된 동양회화를 어떻게 구분하고, 이를 어떠한 표준과 원칙으로 비평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전통회화의 기본 조형방식 ‘전통형’과 전통적인 조형체계와 서구적인 것의 융합을 추구하는 ‘범전통형’, 동양회화의 극단적인 변형형태 혹은 그 주변에 속하는 ‘비전통형’ 등으로 동양회화의 양식을 구분한 김관장은 각 유형이 경계해야 할 점들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원형 보전과 생명력 유지에 관심을 두고있는 ‘전통형’은 기존의 체계에 만족한 나머지 반복과 재현이라는 경직화된 과정을 거쳐 점차 생명력을 잃게 될 위험성이 있고, 융합성을 포용할 수 있는 합당한 체계나 계통을 확보하기 어려운 ‘범전통형’은 종종 새로운 표현에 맞는 온전한 기교나 방법의 확보에 실패해 혼란스럽거나 내용 없는 형식으로 흐를 염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비전통형’은 전통적 재료를 단순한 재료로 인식하고 전통적인 조형 언어들을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포기해 ‘현대화는 곧 서구화’라는 함정에 빠질 염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지 작업을 하고있는 유봉희씨(원광대 강사)는 “종이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구겨지고 찢어지고 상처받지만, 두드릴 수록 탄탄해지고 여러 장이 모일수록 질겨지며 단련을 거쳐 성숙되는 것이 인간의 모습처럼 느껴진다”며 ‘한지에서 찾는 한국적 삶과 정신’을 발제했다.

 

화가 박종갑씨는 “한국화는 이 땅에서 자생적으로 성숙했는데도 고루하다거나 진부한 장르라는 오명을 듣게됐다”며 “한자로 구성된 중국의 화론, 전통재료가 가진 법식 등은 통과의례지만, 재능과 의욕을 가질 수 있게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연구가 대학을 중심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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