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적이고 고상한 놀이로 전해지는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너무 가볍지도 너무 진지하지도 않은 중간의 영역에서 서양화가 이경태씨(45)가 ‘유리알 유희’를 발견했다. 1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열세번째 개인전이다.
“나에게 작업은 일기입니다. 습관적으로 작업 하다보면 자연스레 다작을 하게 되지요.”
2년 동안 축적해 온 작업들을 두 개의 전시실에 걸쳐 쏟아놓은 작가는 “스스로 즐기면서 표현하는 동안 작업이 놀이적 예술이 됐다”고 말했다.
회화성과 수공예적 미감을 적절하게 배합한 그의 작품들은 음악과 문학, 미술 등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의 모든 영역을 담고 있다. 질감을 내기 위해 그동안 부재로 사용했던 바느질을 주체로 끌어낸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 바느질로 드로잉하고 조각 천들을 모아 꼴라쥬한 작품들은 문양과 숫자 등 작가의 독특한 조형언어를 대신한다.
“일관성은 없지만, 삶의 색깔들이 묻어있어요. 세월이 묻어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는 것은 재활용이 아닌, 버려지는 것에 생명 넣는 것입니다.”
버려진 쟁기나 장농, 찬장 서랍, 계량기 등 무엇이든 작품으로 연결시키는 그의 작품들은 특별히 평면과 입체의 구분이 없다.
여백보다 다양한 것들을 조합하고 재구성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씨는 대상을 과장시키거나 단순화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감각적인 그의 작품들은 ‘이국적 정서’와 ‘여성성’으로 설명된다.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는 만큼 관람객들도 고민없이 자유롭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씨는 원광대를 졸업, 80여 차례의 전시와 음악 방송 진행, 글쓰기 작업 등 장르를 넘어서는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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