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단에서 진보와 참여주의 문학을 일컫는 '민족문학'이 위기를 맞은 것은 '창작과비평'(창비)과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 등 내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이자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인 임헌영(63)씨는 계간 '문학과 경계' 가을호에 실린 문학평론가 김성수(45)씨와 대담에서 "창비는 진보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사에서 민족문학의 전통을 단절시킨 측면이 있고, 작가회의는 민족문학이 우리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은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이호철 김우종 유종호 홍사중 등 '창비'가 자리잡기 이전 전후문학 세대의 소박한 참여문학 역량이 합쳐졌다면 한국문단에 민족문학이 제대로 뿌리내렸을 것"이라며 "서울대 출신의 4.19 세대 작가들 중 현실의식이 없다고 내가 비판했던 평론가 소설가들이 '창비' 지면을 전면적으로 차지하면서 문학관과 이론이 괴리됐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의 논의들은 카프나 광복 후에 반복됐던 민족문학론에서 오히려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진보진영 문인들의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는 작가회의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작가회의나 민족문학 진영이 권력을 잡은 것으로 착각할 경우 역사진보를 성공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민족문학은 완전히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1987년 대통령 선거를 고비로 운동권이 분열되면서 우리 사회를 완전히 변혁할 기회를 놓쳤다"면서 "김대중, 김영삼이 분열해 역사발전에 큰 죄를 지었는데 그 죄는 친일한 죄나 똑같은 반민주·반민족사적인 차원만큼 엄혹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가들도 마찬가지인데, 이제 민주화됐으니 민족문학이 뭐 필요하냐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왔다"면서 "기득권자인 비(非)민족문학권에서 볼 때 이제 민족문학 시대가 갔다는 말은 얼마나 듣기 좋겠냐"고 반문했다. 아무리 민족문학 진영이 단결하고 강해도 우리 사회에서 다수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유미주의와 순수문학 등 비민족문학이라는 것이다.
그는 작가회의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작가대회와 아시아작가들의 국제연대 강화 등에 대해서는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본격문학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우리 나라 문학은 21세기 새로운 문학을 구축하는 마지막 불씨여서 이 불씨가 꺼지면 세계문학은 공황시대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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