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고향행 차표 한 장을 차지했을 때의 기분. 매진을 앞두고 있는 흥행 영화 티켓을 차지했을 때의 기분.’
추석, 길게 늘어선 귀성길만큼 영화관 줄도 만만치 않다.
복잡한 귀성길을 이겨내고 고향에 도착한 것 만큼 영화 티켓 구하기도 경쟁이 치열하다. 미리 알아보고 미리 예매하자.
짧으면 4일 길게는 5일 동안 이어지는 올해 추석 연휴에 영화 한 편 못 본다면 일상에 돌아와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전 부치는 냄새만큼 고소하고도 진한 ‘사람 냄새’가 극장가에 진동한다. 보고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오면(감독 류장하)’과 이범수 주연의 ‘슈퍼스타 감사용(감독 김종현)’.
부모님께 흡족하게 용돈 한번 드리지 못하고 출세도 못한 처지가 부끄럽지만, 내 인생에 ‘꽃피는 봄이오면’ 달라질 거다. 오케스트라 관현악단을 꿈꾸지만 번번히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트럼펫 연주자 현우(최민식)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강원도의 중학교 관악부 임시교사가 된다. 낡은 악기, 찢어진 악보, 색바랜 트로피와 상장들이 초라하게 남아있는 관악부는 올해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강제 해산해야 하는 상태. 그러나 늘 겨울일 것만 같은 현우 인생에도 봄이 온다. 현우를 위로해 주는 ‘수영’ 역을 맡은 전주 출신 장신영의 스크린 데뷔작.
병역 비리로 야구판이 떠들썩한 요즘, 그 때 그 시절의 야구판은 어땠을까.
프로야구 원년 1982년부터 5년 동안 삼미 슈퍼스타즈의 좌완투수였던 감사용. 키 169cm에 몸무게 70kg. 작은 손을 가진 왼손잡이였던 그는 애초부터 투수가 되기에는 적합치 않았던 몸이다. 그러나 ‘슈퍼스타 감사용’은 팀에 왼손투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삼미의 투수가 된다.
패색이 짙어지면 시도 때도 없이 나가는 마무리 투수지만, 그에게도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다. OB 간판스타 박철순의 20연승 재물이 되기 싫어 등판을 서로 미루는 통에 감사용에게도 선발의 기회가 넘어온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선발 등판. 딱 한번 이겨보고 싶었던 감사용의 꿈은 이뤄질까? 인생에도 패전투수가 있어 더 가깝게 느껴지는 영화다.
감사용을 무시하는 역할 ‘양승관’은 원래 절친한 룸메이트, 구장 매표소 직원을 아내로 맞아들이긴 했지만 구체적인 러브 스토리는 영화의 재미를 위한 것이다.
즐거운 명절, 웃음도 빠질 수 없다. ‘80일간의 세계일주(감독 프랭크코라치)’와 ‘귀신이 산다(감독 김상진)’는 명절 단골손님 ‘성룡식’ ‘차승원식’ 웃음이 있다.
‘80일간의∼’는 런던 은행에서 불상을 훔친 파스포트(성룡)와 괴짜 발명가 필로스 포그가 함께 떠나는 세계일주다. 파리에서 만난 매력적인 화가지망생 모니끄 라로슈가 그들의 여정에 합류하고, 다시 불상을 훔쳐내려는 단체들과의 모험도 있다.
성룡의 열렬한 팬임을 밝힌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나르시스적인 터키 왕자 역을 능청스럽게 해냈고, 어두운 카리스마를 보여왔던 캐시 베이츠는 코믹한 이미지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을 연기해 냈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액션과 코미디, 로맨스가 어우러지는 블록버스터다.
귀신과의 동거 ‘귀신이 산다’는 인간 대 귀신의 주택 분쟁 코미디.
대를 이어온 셋방살이 설움에 박필기(차승원)는 ‘네 집을 꼭 장만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인생목표로 산다. 사회생활 10년만에 대출에 융자까지 보태 이층집을 사는데 성공했지만, 식칼이 공중을 날아다니고 비디오 속 주인공이 TV 밖으로 기어나오기까지 한다. 필기보다 먼저 그 집에서 살고있었던 귀신 연화(장서희)와의 기묘한 동거, 좌충우돌 전면전이 시작된다.
휴먼드라마와 코미디가 두 축을 이룬 가운데, 감동이 있는 ‘가족(감독 이정철)’ ‘돈 텔 파파(감독 이상훈)’와 공포가 있는 ‘거미숲(감독 송일곤)’도 보름달처럼 반가운 롱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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