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독립을 위하여 한 평생을 산 속에서 두더지처럼 살았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독립은 드디어 왔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온 것은 빛바랜 훈장 하나와 육신에서 떨어져 나간 오른팔과 아름다웠던 영혼, 그리고 나의 가족들의 차디찬 시선과 배고픔 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어느 혁명군이 남긴 독백이 쓸쓸하다. 깊게 패인 주름에는 슬픔이 고여있고, 앙상한 몸체에서는 검은 눈동자만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해 뜨는 동쪽의 티모르 섬. 지난해 필리핀 빈민들의 생활을 소개했던 서양화가 강종열씨(53)가 이번에는 동티모르의 삶과 아픔을 강렬한 붓터치로 담아냈다.
10월 1일부터 21일까지 소양 오스갤러리와 롯데백화점 오스갤러리에서 열리는 ‘동티모르 독립. 인간전’. 지난 6월 동티모르에 머무르며 스케치한 것들을 당시 느낌들이 사라지기 전 서둘러 완성한 작품들이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세상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젊고 힘이 있을 때 현장으로 뛰어다니며 어려운 사람들의 고난과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줄곧 반추상 형식의 바다를 그리며 자연의 생명력을 자유롭게 표현해 온 작가는 “세상의 어두운 곳으로 시선이 가고있다”고 했다.
“배가 고파도 사람들의 정신은 맑고 순수했어요. 아픔을 겪고 있지만 자연 섭리에 맞춰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그것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립 이후 역사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 강씨는 인물들의 사실적인 표정과 강렬한 배경 처리로 동티모르의 현실을 전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과 맑은 자연에서 오는 감정들은 원색과 힘있는 붓터치로 남쪽 섬나라의 기운을 옮겼다.
고향 여수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씨의 1992년 개인전에 이은 두번째 전주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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