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도내 미술계는 미술로 조우(遭遇)하는 동문들의 반가운 만남이 있다.
독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중견작가부터 조심스레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신진작가들까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은 지나온 시간들을 자신만의 조형언어와 색채로 풀어놓았다.
작품활동에 있어 ‘그룹’이 제약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들은 다르다. 서로의 변화와 성장을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는, 창작활동의 자양분이 된다.
선·후배간 친목을 다지며 동문전 이상의 신선한 활력으로 지역 미술문화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다. (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2004 전주영생미술동문전(회장 이통원)’은 내년 개교 50주년을 앞두고 80년대 두차례로 그쳤던 동문전을 다시 이어낸 자리다.
비싼 유화물감 대신 사용했던 수채화 물감, 자격이 안되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출품했던 전북미술대전, 전국 단위 사생실기대회에서 해마다 상을 휩쓸었던 기억 등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전시다.
이형수 정일웅 고문창 황호철 김춘식 유휴열씨 등 한국화 서양화 조각 등에서 48명이 참여했다. 전시회 수익금 전액은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까까머리를 막 벗어나 화가흉내를 냈던 화우들이 다시 뭉친 ‘2004 첫눈전’. 1984년 겨울, 전시를 열었던 날 첫 눈이 내려 ‘첫눈전’이 됐다. 원래 7명의 작가가 참여하기로 했지만, 이번 전시에는 지역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서양화가 세명만 출품했다. 재료의 물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택구씨와 인물화를 내놓은 윤철규씨, 20여년 전 함께 전시를 열었던 이씨의 아내 이수남씨도 참여했다.
전북대를 졸업한 젊은 작가들의 기세도 대단하다.
‘3·2전’은 전북대 미술대학원에서 맺은 30대와 20대 작가들의 만남이다. 바람의 존재를 흔들리는 나뭇잎을 통해 본 한국화가 곽정숙씨를 비롯해 서양화가 이정아 박은주 신가림 채은실 조진성씨 등 여섯 작가들의 강한 색채가 있다.
‘9498전’과 ‘다시전’은 여성작가들로만 구성된 전북대 미술학과 한국화 동기전이다. 여성작가 특유의 감성과 은은한 먹이 어우러진 전시다.
1994년 입학해 1998년 졸업한 ‘9498전’은 양윤선 김윤숙 오세나 정하영씨가 출품했다. 장지에 채색한 전통 수묵부터 한지와 혼합재료, 오브제를 사용한 설치미술까지 한국화의 실험과 도전이 있다.
‘다시전’는 2001년 졸업 동기들이다. 전통 한국화를 바탕으로 방향성을 찾아가는 이들은 그림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보여준다. 먹의 흔적들을 찾아가는 김은영, 인물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양현옥, 독특한 테크닉으로 색을 강조하는 강선미, 담백한 먹의 농담을 주목한 고형숙, 화면에서 힘이 전해지는 김자완, 한국화의 느낌을 벗어난 홍순미씨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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