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중간 중간에 가요와 동요 그리고 만담 등을 곁들여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는 '또랑깡대 콘테스트'는 올해도 재치와 끼넘치는 소리꾼 발굴을 이어가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정통 판소리와는 다른 새로운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온 '또랑깡대 콘테스트'가 2일 오후 2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요절복통 이야기로 주말 관객을 사로잡았다.
전주산조예술제가 낳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히고 있는 또랑깡대 콘테스트는 전국적인 명성에 걸맞는 수준높은 소리꾼들이 대거 출전, 놀이판과 술판이 어우러진 흥겨운 판을 이어갔다.
올해로 4년째 맞은 이번 대회에는 지난해 보다 3명이 많은 13명의 소리꾼이 참가했다.
'슈퍼댁' 김명자씨, '북치는 걸' 박해경씨 등 이미 또랑깡대 콘테스트를 통해 배출된 소리꾼들이 올해도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재경합에 나서면서 숨가쁜 경연장을 열어갔다. 대회는 횟수를 거듭함에 따라 소재와 형식이 다양해지고 과감해지면서 볼거리 또한 풍성했다.
'50대 주부의 늦동이 출산기', '살림 밑천인 큰딸의 애환', '담배의 미덕과 해악' 등 일상의 얘기들이 정감있는 사투리와 재치있는 입담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졌다. 경연 중간에 불쑥 가요와 동요가 나오고 랩까지 등장했다. 구수한 사투리가 고상한 영어로 바뀌기도 했다. 관객들은 '어쩔거나'라는 사투리를 'What can I do?'로 개사된 노랫말을 합창하며 소리꾼과 하나가 됐다.
이날 경연에서는 '하늘길 분단장벽'을 허문 '선녀와 나뭇꾼'의 얘기로 가족 화목과 민족 화합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이일규씨(연극배우·서울)가 대상인 '관객 환호상'을 차지했다. 집행부가 임의로 붙인 ‘전주시장상(우수상)’과 ‘대통령상(장려상)’은 판소리사설 '갈까부다'에서 패러디한 '酒까부다'로 술에 관한 만담을 구성,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린 정대호씨(마당극배우·원주)와 '자기 별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아이를 잡으러 가는 내용'을 판소리, 가요와 랩으로 선사한 서미화씨(연극배우·대구)에게 각각 돌아갔다.
또랑광대전국협의회 채수정씨(이화여대 판소리 강사)는 "참가자 수나 작품 수준 등을 볼때 예년보다 한층 성숙해진 것 같다"며 "특히 올해부터 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 아마추어의 소리열정과 대회 명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고 말했다.
또랑깡대 콘테스트 대상 이일규씨
"쑥스럽습니다. 대상 타려고 나온 것도 아닌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감칠 맛나는 창법과 연기력으로 전개한 이일규씨(37·연극배우).
세번째 출전자였던 이씨를 관객들은 일찌감치 '대상감'으로 찍었다. 지난 대회에 출전했던 '베테랑급' 참가자들이 후반부에 몰려있었지만, 이들을 제칠 만큼 초반 분위기는 완전히 이씨에게 완전히 압도당했다.
자신의 신분을 농 섞인 '오사리 잡놈'이라며 웃는 이씨는 십 수년전부터 풍물패와 판소리를 다져온 덕분인지 딱 부러진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판소리 중간중간에 삽입한 동요와 춤은 관객들을 요절복통하게 했고, 강한 메시지 또한 짜임새 있는 구성을 돋보였다.
'남북 분단의 벽' 이 하늘과 땅의 경계 만큼이나 골이 깊다며, 최근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하늘보안법'이라는 말로 빗대는 그의 순박력에 관객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사랑과 가족애로 '하늘길 분단장벽'을 허문 '선녀와 나뭇꾼'의 얘기로 민족 화합의 중요성을 일깨웠던 그는 수상소감의 말미에도 심지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랑깡대가 단순히 흥미거리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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