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경계를 넘어 대륙을 건너기 시작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판소리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 선정을 기념해 기획한 '유네스코 특집-미지의 소리를 찾아서'에 초청된 키르키즈스탄의 '마나치스'(노래하는 사람들)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첫 손님이 되어 전주를 찾았다.
아드라크마노브 누락(57), 사드고바 살라맛(48), 타라베코프 체르마시(31). 모두 키르키즈스탄 국립예술단 '캄바르칸' 단원들이다.
당초 일정보다 이틀 빠른 지난 11일 전주를 찾은 이들은 한국의 첫경험을 홈스테이로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미처 숙소를 얻지 못한 이들은 전주시 평화동 이동길씨(전주예총 사무국장) 자택에 짐을 풀었다. 이들은 뜻밖의 홈스테이에 오히려 고마움을 전했다. 낯선 한국의 문화를 짧은 시간내 경험할 수 있어서다.
짬을 낸 연습시간. 따사한 햇볕 아래 정원에 둘러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양가죽 소재의 길다란 전통모자 '칼팍'을 머리에 두르고, 전통악기 '코무스'를 연주하기 시작한 그들의 나즈막한 노랫소리는 한적한 평화동 동네를 미지의 세계로 안내했다.
누락과 살라맛은 키르키즈스탄에서 국보급 가수로 통하는 '공훈가수'. 이들은 성악을 전공한 체르마시와 함께 소리축제 무대에서 전통음악인 '아퀸스'를 선보인다.
우리의 창과 비슷한 아퀸스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키르키즈스탄의 혼과 얼이 깃든 음악. 키르키즈족의 영웅서사시 '마나스'를 소재로 하고 있다. 초원의 영웅, 마나스의 운명적인 삶을 다룬 이 이야기는 50만 행이 넘는 방대한 시. 완창(?)하는데만 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마나스'의 클라이막스 부분, 중국의 침략이 잦았던 역사를 배경으로 이에 맞서기 위해 여러 종족들을 모으는 과정을 노래한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애환이 담긴 키르키즈스탄의 '아퀸스' 공연은 17일 오후 2시 놀이마당 무대를 시작으로 19일부터 21일까지 저녁 7시30분 명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퀸스 한국 공연을 기념한 의미있는 행사도 마련된다. 전국적으로 아퀸스 음악에 푹 빠진 인터넷 동호회원들이 이들 공연을 축하하는 모임을 17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공연장 앞에서 갖는다. 이른바 ‘아퀸스 매니아’ 회원은 2천5백명. 지난 2001년 동호회가 꾸려진 후 갖는 첫 모임이다.
키르키즈스탄 공연팀을 이끌고 전주를 찾은 교민 전상중씨(53·무역가)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러나 좀처럼 접하기 힘든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번 소리축제를 계기로 아퀸스 회원들이 첫 모임을 갖는 것 또한 큰 성과”라고 말했다.
‘소리, 경계를 넘다’란 주제로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세계무형문화유산들과의 만남’에서는 키르키즈스탄 ‘아퀸스’를 비롯 필리핀 ‘후드후드’, 인도 ‘베다’, 몽골 ‘모린 후르’, 통가 ‘라카라카’, 터키 ‘메다’,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샤쉬마콤’, 베트남 ‘냐냑’ 등 세계 8개국의 문화유산과 한국의 종묘제례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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