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전주세계소리축제를 이끌고 있는 곽병창 예술총감독(44). 연극인에서 극단운영자, 공연기획자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그가 이번에는 '소리잔치상'에 도전했다.
그는 '문화계 마당발'답게 올해 소리축제를 '지역성'에 초점을 맞췄다. 전주에서만 가능한 축제. 지역 특색을 부각시키면서 지역 예술가가 중심이 된 대중적인 축제에 무게를 뒀다.
"지역의 관점과 시선이 궁극적으로 통합되지 않으면 성공적인 축제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지역민의 목소리와 요구를 담아내는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축제를 맡은 지 꼭 7개월.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리축제 1회부터 3회까지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미 축제가 가야할 방향을 고민해왔던 그였다.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는데 역점을 뒀어요. 무료 공연과 행사를 늘리고, 관객 모두가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그는 예년보다 한층 대중적인 축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소리, 경계를 넘다!'란 주제 아래 판소리 세계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다양한 시도가 펼쳐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소리축제의 큰 축은 판소리입니다. 판소리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특별한 무대가 관객들에게 또다른 감흥을 전해줄 것입니다."
그는 올 축제를 창작 공연 중심으로 꾸릴 계획이었지만, 결국 '엮고, 묶는 작업'으로 축제를 준비해왔다.
서로 다른 장르를 엮고, 묶는 작업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엮는다는 것'은 흔하거나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장르나 시·공간의 경계를 넘는 것이 축제의 주제니까요."
그는 개·폐막공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역예술인들이 꾸미는 첫 무대인데다 한 번도 시도해 본적 없는 색다른 무대란 점 때문이다.
"지역예술인들이 개막 공연을 장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죠. 게다가 초연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기대 만큼이나 부담감도 커요."
그는 이를 '대단한 모험'이라고 표현했다.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먼저 '판소리 명창명가'와 '완창판소리 다섯바탕'을 꼽은 그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과 함께 국악과 서양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이끌어낼 러시아의 '레드스타 레드아미 앙상블'과 독일의 '재즈 앙상블 살타첼로'를 추천했다.
그는 '성공적인 축제는 이제 도민들에게 달려있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그리고 올해에 '엮는 작업'에 치중했다면, 내년에는 풍성한 창작 공연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구체적인 곡을 제시해 축제를 꾸려나갈 계획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충남 논산이 고향인 그는 전주에 온 초등학교 이후 군대 3년을 빼놓고 전주를 떠나본 적 없다.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교직에 몸 담았던 그는 지난 90년 전주시립극단에 뛰어들면서 연극계와 인연을 맺었고, 지역 문화계로 그 영역을 넓혀왔다.
극단 '창작극회' 대표, 전북도립국악원 상임연출 겸 공연기획실장을 두루 거치며 역량있는 연출가로, 기획자로 떠오른 그는 올해 초 동계전국체육대회 개회식 총연출을 맡았다. 그가 이제 소리축제 시험대에 올랐다.
2년 임기의 소리축제 첫 회를 치르는 그는 '왜, 외지가 아닌 지역 출신 연출가를 총감독으로 영입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에겐 늘 생각해온 '이상적인 축제'가 있다. 보여주고 싶은 10가지 중 5가지 정도만 올해 축제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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