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칠해지지 않은 하얀 공간을 보면, 내가 침묵하고 배회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 실수, 터무니 없는 야심과 상처로 가득했던 나 자신을 응시할 수 있는 공간이죠.”
서양화가 임유선씨(25)의 두번째 개인전이 서신갤러리 공간지원기획으로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線을 찾다’를 주제로 한지에 드로잉한 작업이다.
“깊이감이 부족하다며 색을 더 넣어 한지의 속성을 감추라는 의견도 많았어요. 하지만, 한지의 자연스러움을 살리고 싶었고, 소재나 재료 선택에 있어서도 한지와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한지의 공간감이 좋다”는 임씨는 한지 작업 2년 째인 올해 비로소 한지를 작업의 주체로 끌어들였다. 오미자와 포도, 아크릴물감, 석채 등으로 은은하게 순지를 물들이고, 그 위에 꽃의 씨앗과 암술, 수술 등을 드로잉했다. 한지와 한지 사이를 관람객들이 직접 걸어보거나 작품 틈새로 다른 작품이 엿보이도록 설치했다.
“대학 시절 여성성과 페미니즘에 빠져 꽃을 주제로 많이 작업했어요. 이것을 탈피하기 위해 씨앗과 씨앗의 단면, 암술과 수술 등을 주제로 작업했습니다.”
씨앗의 단면과 책상 다리 등에서 임씨는 억눌린 관계를 읽어냈다. 그는 일상적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형태들을 담고싶었다고 했다.
첫 설치작업이 힘들었다는 그는 다시 평면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충남대를 졸업, 전북대 예술대학원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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