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춤사위와 현대무용의 '소통'
전통춤의 맥을 잇는 작업이 여전히 활발했던 가운데, 올해 전북 무용계는 현대무용과 발레가 약진, 무대 활성화가 고루 이뤄졌다. 전라북도 무대공연지원 사업은 창작활동에 큰 힘이 됐으며, 지원에 힘입은 무대들은 무용의 틀을 깨는 색다른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도내 대학 교수들이 이끄는 무용단은 올해도 발표 무대를 적극적으로 열어 무용활성화를 주도했지만 올해 중반, 무용학과 교수의 대학 입시 비리가 불거지면서 안타까움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 경계 넘기
‘무용의 경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무대가 많았다.
전북무용제나 신인안무가대전에서 보여준 젊은 안무가들의 표현은 무용에 다양한 극적요소를 결합시키거나 확장된 표현수단을 무대 위로 끌어오는 등 지역 무용계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 한국무용은 전통 춤사위의 기본만을 지킨 채 현대무용과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현대무용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의욕이 앞선 무용의 지나친 확장은 주제에 대한 깊이있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올 한 해 ‘경계 넘기’로 가장 주목받았던 무대는 현대무용단 사포의 ‘판소리와 춤’의 결합. 판소리나 전통음악에 현대무용을 결합시킨 이색적인 무대는 우리 소리와 현대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동시에 점칠 수 있는 기회였다.
△ 대학을 중심으로 한 전북 무용의 고른 성장
도내 대학 교수들과 그들이 이끄는 무용단은 올해도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전북 무용의 고른 성장을 이끌어냈다. 이길주 원광대 교수의 ‘나무 나비 나라’, 김화숙 원광대 교수의 ‘지울 수 없어라’, 손윤숙 전북대 교수의 ‘우림의 사계’, 김원 전북대 교수의 ‘교감(交感)’ 등 창작무대가 대거 올려졌다.
본격적인 마을춤 보급운동을 위해 사단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김경주 자미수현현 무용단은 한국무용제전의 오프닝 무대에 초대됐으며, 청호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양순희 우석대 교수는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시상하는 2004 코파나스상을 수상했다.
백의선 원광대 교수 정기공연, 전북대 출신으로 구성된 발레라인즈 정기공연 등 유독 발레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의 척박한 현실에서 전통 클래식 발레를 익힌 이들의 무대는 더욱 반가웠다.
△ 원로·중견 무용수들 활약
젊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부각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역의 원로·중견 무용수들의 활약은 올해 더욱 돋보였다.
한국무용가 최선 선생은 춤 60년 세월을 담아 전통춤과 창작춤을 분명히 하는 ‘한민족의 혼’을 공연했고, 고명구 익산무용협회 지부장은 개인 독무 무대를 비롯해 수차례 무대에 올랐으며 결식아동돕기 ‘사랑의 춤’ 공연도 개최했다.
전북무용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전국무용제에 출전한 손윤숙 발레단은 단체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손교수가 연기상을 수상해 후배 무용수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젊은 무용가들의 전국 무대 참여도 돋보였다.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하는 대학현대무용제전에 우석대(안무 이준철)와 전북대(안무 김윤정)가 참가했으며, 공모를 통해 전국에서 선발된 8명의 무용수들이 소개되는 서울세계무용축제 ‘젊은 무용가의 밤’에 전북대를 졸업한 김윤정씨가 초대됐다.
지역과 서울의 무용수들이 교류하는 무대도 적지 않았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전북무용협회는 ‘2004명인명무전’을 열었고, 14년 동안 전통공연만을 고집해 온 동국예술기획의 ‘한국의 소리와 몸짓’ 전주 공연은 전통춤을 지키고 있는 신예들을 소개했다.
40여년 역사를 지닌 국립무용단이 대표 레퍼토리 ‘코리아 환타지’로 전주를 찾았으며, 반대로 사단법인 마당의 ‘전라도 춤, 전라도 가락’은 전라도의 숨어있는 명인들과 함께 서울의 국립극장 무대에 섰다. 전주전통문화센터의 ‘우리춤의 숨결’은 중견과 신예, 지역과 전국 무용수들의 자리를 골고루 마련해 전통춤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