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최대의 불황이었다는 2004년 한 해. 출판서점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불황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힘든 시절 속에서도 책으로 위안을 삼고 책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독자들이 올 한 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무엇일까.
홍지서림이 집계한 2004년 베스트셀러 종합 1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소재로 숨겨진 암호를 통해 비밀을 밝혀 나가는 스릴러물 ‘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 베텔스만)이다.
2위는 직장인에게 아침생활 열풍을 몰고 온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한스미디어). 3위는 평범한 양치기 소년이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을 그린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4위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가 가장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선물’(스펜서 존슨, 랜덤하우스중앙)이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다 빈치 신드롬을 일으키며 소설의 무대가 되는 프랑스 일대가 관광 특수를 누릴 정도로 이목이 집중되었던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을 필두로 베스트셀러 10위중 9개가 외국작가의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순신을 재해석한 ‘칼의 노래’(김훈, 생각의나무)만이 7위에 오르며 국내작가의 자존심을 지켜 주었고 탤런트 김혜자의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오래된 미래, 11위)가 그 뒤를 이었다.
분야별 판매량은 베스트셀러 1위에서 100위중 비소설 36%, 소설 35%, 경제경영서 17%, 외국어 5% 순으로 집계되어 처음으로 비소설이 소설을 앞질렀다. 특히 전통적인 비소설 장르인 에세이 형식에서 벗어나 ‘선물’이나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앤디 앤디루스, 세종서적)처럼 소설형식을 접목한 비소설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공부 9단 오기 10단’(박원희, 김영사), ‘벼랑 끝에 나를 세워라’(박형미, 맑은소리) 등 자전적 에세이가 상위에 랭크 되었다.
특이한 점은 ‘한국의 부자들’(한상복, 위즈덤하우스), ‘펀드투자 100문 100답’(제로인, 미래의창), ‘33세 14억 젊은 부자의 투자일기’(조상훈, 매일경제신문사) 등 극심한 불황을 기저에 두고 ‘부자’를 꿈꾸는 독자들을 겨냥한 책들이 대거 베스트셀러에 오른 반면, 출판편집인들이 선정한 우수 도서들은 상당수가 독자에게 선택되지 않은 채 서가의 빈자리만 차지하면서 우울한 한해를 마감하고 있는 형편이다.
‘책은 사회를 대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책은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말들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던 한 해를 책으로 견뎌 낸 것처럼, 내년에는 더 많은 독자들이 책을 가까이 두고 책에서 지혜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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