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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문화분권

전북의 새로운 활로를 찾다

지방분권시대, 그러나 분권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오늘의 상황으로 보자면 행정 구역상의 ‘지리적 분권’ 외에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걸친 실질적인 분권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참여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 균형 발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분권은 가까워진 것이 사실이지만 깊게 뿌리 내린 중앙집권화와 이에 따른 지역 불균등에서 비롯한 고질적 병폐는 여전히 지방분권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고, 때문에 지역 균형 발전 가시화에도 아직 파란불은 켜져 있지 않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국가가 아닌 지역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추세에서 지역 경쟁력을 국가 경쟁력으로 끌어올리려는 참여정부의 전략은 의미있는 전략임에 틀림없다. ‘지방화를 통한 선진화’를 국가발전 핵심전략으로 선택한 참여정부는 이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지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혁신’을 도입, 주목을 모은다.

 

세계화와 지역화를 동시에 표방하는 ‘글로컬리즘’(glocalism) 시대. 지역 혁신은 ‘지역 발전의 소통’이자 ‘국가발전의 키워드’로서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특성화 발전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며 “지역 특성과 주민 의견을 고려해 단계별 발전 전략을 세우고 기반시설 확충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역 특성을 토대로 한 문화산업을 발전 대안으로 인식한 각기 자치단체들도 지방의 특성화 발전 전략을 담은 청사진을 제시하며 문화적 우위성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중앙집중화에 밀려 낙후돼 있거나 재정 자립기반이 취약한 자치단체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문화산업을 근거로 한 지역 혁신을 통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자치단체들의 행보는 눈길을 끈다. 광역단체로는 처음으로 전북도에 문화산업과가 신설된 것이나 기초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지역 혁신 협의회’를 창립한 전주시의 선택은 대표적인 예다.

 

특히 문화자원이 풍부한 전북으로서는 지역 발전의 통로로 주목할 대상이 적지 않다.

 

열악한 산업 기반때문에 지역 비교우위를 통한 차별화와 경쟁력 확보가 절실했던 전북으로서는 이제 기회가 온 셈이다.

 

전북은 잠재된 문화적 자원이 많다. 문제는 이 자원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 도시 발전의 전략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지역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앞세운 전주의 선택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전통문화도시의 역량을 집중해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나아가는 이 전략은 좁게는 전주의 미래를, 넓게는 한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의 미래를 여는 작업이다.

 

중앙과 관 주도형 체제 아래서 분권이 이뤄지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실정에서 그나마 분권에 있어 문화 영역은 자유롭다.

 

이미 문화는 산업화된 지 오래고, 문화적 자원을 활용하려는 자치단체들의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역의 특화된 문화적 자원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역 발전의 정책 방향이 지역성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자치단체들의 선택 또한 특별하다. ‘장류(醬類)와 장수(長壽)’를 지역특화전략사업으로 내세운 순창. 전통 고추장 생산지로 유명한 순창은 ‘고추장의 세계화’ 역시 전망이 밝다. 최근 정부로부터 장류산업특구로 지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역특구란 정부가 재정, 조세 등의 지원을 해주지 않지만 토지, 교육, 농업 등 각종 규제를 풀어 자치단체들이 지역특성을 살려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순창은 이번 지역특구 지정으로 장류연구소 건립 등 인프라 구축과 함께 장류 브랜드 강화를 통해 고추장, 된장, 간장, 청국장 등을 산업화한다는 구상이어서 지역 투자 활성화와 고용 증대 등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순창과 나란히 지역특구로 지정된 고창은 ‘복분자’를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100만㎡가 넘는 복분자생산단지를 조성해 매년 복분자 축제를 열고 복분자 생산 재배기술을 개발해 고품질의 복분자주 브랜드를 세계화할 계획이다.

 

고창은 복분자 외에도 선사문화특구 지정을 추진 중에 있고, 익산과 완주가 각각 한방의학특구, 한방특구로 활로를 찾고 있다.

 

자치단체들의 특화 전략은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각기 다른 분야로 그 대상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의 물류 기지화 등 서해안 시대를 맞은 항구 도시 군산. 지금 군산은 번성했던 근대 항구의 이미지를 과감히 입히는 작업을 통한 ‘혁신’이 과제로 떠올랐다.

 

문화 예술의 전통에서도 지역의 특성을 살린 핵심 전략은 발견된다.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판소리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의 문화자원들은 그 가치가 높다. ‘전주 한지’, ‘남원 도자기’, ‘진안 인삼’ 등 지역의 특화된 문화적 자원을 활용한 문화산업의 통로도 넓게 열려있다.

 

실질적인 산업 전략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아이템을 발굴, 전북의 문화산업 전략의 핵심을 찾아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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