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벼슬 보다 못한 것들을 벗고 들어오니까 세상 잡사를 잊어버리게 돼요. ‘수리산지기’가 된 이후 그저 칼질 붓질만 하면서 지냈습니다.”
2003년 서단의 모든 명예를 벗고 수리산으로 들어간 공재 진영근씨(47). 남원 출신인 그가 다섯번째 개인전 ‘필가묵무(筆歌墨舞)-2005’를 16일까지 서울 코엑스 지하1층 호수길 특설전시장에서 열고 있다. 전시 기간 동안 24시간 계속되는 특별한 전시다.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가’가 아니라 밥을 먹기 위해 예술을 했던 ‘예술노동자’입니다. 길거리에서 도장을 팠고, 어떻게 하면 좋은 도장을 새길까 고민하다 서예를 배우게됐고, 좋은 글씨를 쓰려고 노력하다 예술의 새로운 인식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소야술타령)
답답한 세상, 먹으로 자유롭게 풀어헤쳐진 작가의 생각들은 시원하다. 나무와 산, 해가 새겨진 도장은 ‘나무있는 산 위의 해처럼 늘 변함없는 평안을 유지하라’는 뜻. ‘늘 깨여있는 삶을 살라’는 의미로 좁은 도장 안에 ‘풍경소리’도 새겨넣었다.
전각작업으로만 25년의 세월을 보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필묵화와 예술도장 등 맑고 정감있는 소품들을 내놓았다. 그림같은 글씨, 글씨같은 그림들이다.
“먼저 도장에 새기게 되는 문장이나 문구를 마음에 새기고, 그 다음 마음으로 도장을 새깁니다. 도장을 쓰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죠.”
자신이 만든 도장을 예술도장 또는 심각(心刻)이라고 말하는 그는 마음을 새긴다.
열여섯에 고향을 떠나 현재 경기도 군포에 머물고 있으며, 대한민국서예대전·중국 서령인사 전각평전 우수상과 서예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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