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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일] '전북역사문화학회' 회장 나종우교수

"향토사학자 수집한 자료들 체계적 정리 시급"

“이미 잃어버린 것, 지금 잃어가고 있는 것, 앞으로 찾아야 할 것들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역사와 문화를 아는 것은 이 땅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고 말하는 나종우 원광대 교수(57). 지난해 말 전주종이축제 조직위원장을 그만 두고 올해는 조금 여유로워지나 싶더니, ‘전북역사문화학회’ 초대회장을 맡게됐다. ‘개인 연구작업으로 활동영역을 좀더 집중시켜 볼까’ 했던 잠깐의 생각은 또다시 약해졌다.

 

“각 시·군에서 애정과 열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로한 향토사학자들이 돌아가시면 우리가 잃어버릴 것들이 많습니다. 학계와 향토사학자 간의 거리감을 없애 향토사를 융합하고, 이를 문화민초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전북역사문화학회는 학계 전문가와 지역 향토사학자, 지역문화 전문연구자, 일반 시민 등 2백5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학술단체다. 나교수는 “향토사학자들이 수집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다양한 연령과 분야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연구를 응집시키고 탐구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중화시켜 전북의 정체성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려주는 ‘시민역사 문화강좌’와 전문적인 학술발표회, 문화정책의 대안을 찾는 토론회, 대중적 역사문화저널 발간 등 학회사업도 차근차근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인생의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죠. 내 첫 오페라 대본이 무대에 올려지는 올해는 몇년 전부터 미뤄왔던 책도 펴내려고 합니다.”

 

인생은 감성으로 살아야 된다고 말하는 나교수의 첫 작품 호남오페라단의 ‘서동과 선화공주’는 오는 10월 공연될 예정이다. “젊은 날에 깊은 연애를 안해봐서 인지 아리아 쓰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는 그에게 오페라 창작은 생각할 수록 웃음이 나는 즐거운 경험.

 

곧 발간될 ‘한국의 풍물’과 전공서 ‘고려 대외 교섭사’ 등 두 권의 책 외에도 칼럼집 집필도 생각하고 있다.

 

“사람이 이것 저것에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려면 자존심이 있어야 돼요. 얼·혼·정신은 추상명사지만, 문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는 과거, 흘러간 역사 속에 내포돼 있는 것이죠.”

 

역사를 전공한 그가 끊임없이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명쾌했다. 나교수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전라도 정신과 자존심을 찾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패전병과 늙은 투사’ 이야기를 꺼냈다. 좋은 날들을 방황하며 보내는 젊은이보다 나이 들어도 지치지 않고 자기길을 가는 늙은 투사가 낫다는 의미다. ‘늙은 투사’는 앞으로 더욱 분주해질 그의 활동을 예고하는 표현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지식은 상아탑 안에 갇혀있을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실용적으로 쓰여져야 합니다. 제자들의 지식을 지혜로 바꿔주고, 그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싶어요.”

 

매 수업시간마다 어떻게 말문을 열지 고민한다는 그는 벌써부터 꽃피는 봄날, 첫 수업 첫 마디를 고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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