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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혜존(惠存)의 남발

해마다 우리 나라에서 출판되는 도서만도 수 만 권을 헤아린다.

 

이 가운데는 물론 책장 하나 하나를 함부로 넘기기가 차마 아까운 책, 읽어서 양질(良質)의 상상력이 비오듯 쏟아지게 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그 몰골이든 내용이든 도무지 책으로 인정하기가 몹시 어려운 책, 악질(惡質)의 상상력만 비듬처럼 날리게 하는 책도 있다.

 

그건 그렇고, 어쨌거나 책이 탄생하면 으레 증정본, 젊잖은 말로 ‘혜존본(惠存本)’이 적잖이 나가게 되는데, 세상이 아무리 급해도 여기서 잠깐 ‘혜존’이란 말좀 분석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자기 저서를 다른 사람에게 증정할 때, ‘아무개 선생 혜존’이니 ‘○○○교수님 혜존’ 이라고 쓰고 있는데, 이는 좀 생각해 볼 문제다.

 

국어사전의 풀이를 보면 ‘혜존’이란 “저서나 작품을 남에게 줄 때 ‘받아 간직해 주십사’의 뜻으로 상대편의 이름 밑에 쓰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다시 말하면 이 말은 ‘어질게, 은혜롭게 받아 고이 간직해 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글자그대로 양서(良書)를 지은 양식인(良識人)이 자신의 제자나 후배한테 줄 때라면 혹시 모르되, 제자가 자신이 지은 책을 스승한테 드릴 때도 과연 ‘은혜롭게 고이 간직해 달라’는 뜻의 혜존이란 낱말을 써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일본에서도 ‘惠存(게이손)’이란 말을 쓰고 있으나 ‘삼가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뜻으로 통하고, 또한 영어의 권위서를 봐도 ‘위드 더 캄플리먼츠 오브 미스터 오더’라 해서 경의(敬意)가 잘 표현돼 있단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차라리 그냥 ‘○○○선생님께 ○○○드림’이나 ‘○○○근정(謹呈)’이라고 쓰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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