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고 쓰는 말 중에 ‘전공이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우리의 교육현실이 각자의 자질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기보다 시대적 선호도에 따라 성적순으로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이 길이 아닌가봐’ 하면서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된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락기계 두더지처럼 감출 수 없나보다.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아내가 ‘당신도’ 한다. 그것은 나의 버릇 중에 어떤 물건을 잘 주어오고, 못 버린다는 것이다. 고물(엿)장사 출신이라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서일까? 음식점에 가서 밥상을 받으면 숨이 턱 막힌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수저를 놓으면서 여전히 다시 시작해도 좋을 음식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우리 전라북도를 두고 음식문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그게 가만히 들어보면 꼭 칭찬만은 아니다.
‘어떤 음식이 어떻게 맛있다’가 아니라 음식의 가짓수가 허벌나게(?)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아예 음식의 가짓수가 많은 것이 우리 전라북도 음식문화의 전통이 되어버린 거 같다. 조선심이 가장 오롯이 남아 있다는 우리 전라북도, 그리하여 전통문화를 매개로 하여 새로운 활력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지역의 특성에 맞게 음식문화에 대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분명 가까운 전통사회인 조선시대에 이미 완성된 삶의 양식이 있었다. 음식문화만 보더라도 독상차림과 평면 전개의 공간형의 완성된 형태가 있었던 것이다. 그 형태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잔치집이나 상갓집 또는 시제 등에 분명하게 있었던 것이다. 독상차림을 통해 돈독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으며 평면 전개의 공간형을 통해 시공간을 함께 아우르며 완결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는 밥장사에 매우 서툴다. 특히나 우리 전라북도는 더하다. 본래 밥을 돈 주고 사고파는 게 아니라 ‘이리 오너라!’ 해가지고 당당하게 받아먹었던 것을 불행한 시대(일제 강점기, 동존상잔)를 거치면서 배고픔을 바탕으로 하여 호구지책으로 민망하게 장사로 나서게 되다보니 막 내다주게 된 것이리라.
돈독한 차림으로는 주인도 섭섭하고 손님도 안내던 돈 내고 먹자니 뭔가 허전하다. 그러다보니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놓고 그 행위로 민망함을 해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차려진 상차림을 보면 음식마다 서로의 값어치를 헐뜯고 떨어트린다. 그리고 마침내는 무엇을 잔뜩 먹기는 먹었는데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음식에 강약이 없으니 여운이 있을 리가 없다. 우리의 상차림이 그러해서 일까? 우리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보면 좋아 보이는 것은 죄다 모아두는 식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가 밥장사에 서툰 것은 전통의 와해가 그만큼 더디다는 것이라 본다. 그러니 이제는 제대로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전통을 소급하여 완성된 형태를 복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오늘에 맞게 갖추어 낸다면 우리의 농업까지도 그 의미를 드높이게 될 것이다.
/이현배(옹기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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