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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10년 성장한 소설만큼 삶도 커졌죠"

<비밀과 거짓말> 펴낸 고창출신 은희경씨

참 오랜만의 외출이다.

 

창작집 <상속> 이후 햇수로 3년 만. 시간의 무게 탓인지 <비밀과 거짓말> (문학동네)에서 삶을 바라보는 은희경(46)의 시선은 진중해졌다.

 

“일단 이 소설은 참 힘들게 썼어요. 내가 가진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죠. 첫 장편 <새의 선물> 독자들이 10년이란 시간 만큼 성장했듯 저도 성장해야 했고,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어요.”

 

은폐된 여성의 욕망을 파헤쳐 내던 시선과 세상과 개인을 동시에 이야기하던 시선. 두 축 사이를 날렵하게 왔다갔다 하던 작가는 이번 소설을 성장소설 쪽으로 안착시켰다.

 

열두살 진희를 내세운 <새의 선물> , 58년 개띠 남자들을 내세운 <마이너리그> 에 이어 <비밀과 거짓말> 은 영준과 영우 형제를 앞세웠다.

 

형제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물 집문서와 북을 통해 ‘비밀’과 ‘거짓말’을 알게된다. 결국 영준과 영우 형제의 갈등과 화해지만, 이야기는 아버지 정정욱과 할아버지 정성욱, 정씨 집안과 최씨 집안, K읍 전체로 확장된다.

 

“내가 맏이였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집안의 기대를 받고있는 장남에게 애착이 가죠. 영준에게는 시골 출신이 1970년대 대도시로 나가서 살아남아야 했던 부담감도 겹쳐있어요.”

 

영준은 작가 자신이 투영된 인물. “이젠 솔직한 대로 귀기울여 줄 독자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은씨는 ‘환경에 억눌려 소심한’ 영준의 심리상태에 자신의 기억들을 녹여놓았다.

 

이번 소설은 2003년부터 미국 워싱턴주립대 객원연구원으로 시애틀에 체류하면서 계간지 ‘문학동네’를 통해 연재했던 것. 은씨는 “주류에 속하지 못했던 소수인의 정서 속에서 이 소설을 썼다”며 그 느낌을 K읍에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 속 배경 K읍은 그의 고향 고창이 반영돼 있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독특한 성격으로 주류에 화합하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소설 속 가상의 도시다.

 

“이전 방식과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달라졌다는 표현 보다 조금 더 확장됐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 문장의 재미보다 이야기 전체, 스토리 구성의 재미를 확장시키고 싶었거든요.”

 

은씨는 “지금까지의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많이 넓어지고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반어법, 농담, 냉소. 약간은 삐딱하고 차가웠던, 은씨만이 낼 수 있었던 목소리는 한결 차분해졌지만 압축해서 글을 쓰는 것은 여전하다. “독자들이 쉽게 지나치지 않고 다시 읽어주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다.

 

‘그동안 할말은 어지간히 한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로 들어가는 경계에 섰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작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진실과 거짓말> 이 그의 마지막 성장소설은 아닐까. “어떤 소설로 분류되는 것은 그 안에서 그러한 인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그는 이젠 다른 이야기를 하고싶다고 말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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