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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 대안학교 초짜 중딩의 희망

자유로움과 절제 봄빛 닮는 아이들 꿈

대안학교인 지평선중학교 1학년들의 놀이시간. 아이들이 달팽이를 그린후 웃고 떠들며 즐겁게 놀고 있다.../안봉주기자 안봉주([email protected])

아이들은 엎드려 있거나 앉아 있거나 제멋대로다. 아이들은 자유롭고, 교사도 즐거운 1학년 체육시간. 운동장에 나가는 대신 아이들에게는 흥미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나를 알아주세요.’ 이른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자, 나아닌 다른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이다.

 

“성우는 가족과 스타크래프트를 즐겨합니다. 장래 희망은 프로그래머라는데, 올해 1년동안 하고 싶은 일은 자격증을 2개 따는 것이라고 합니다.”

 

“광혁이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육상’이나 ‘호신술’을 배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준호는 눈이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당근을 많이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짝을 지어 앞에 나가 발표하는 동안 아이들은 고개 끄덕이기도 하고, 친구의 꿈과 희망에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대안학교인 김제 지평선중학교 1학년이 된 20명 아이들.

 

기원이, 다옴이, 서영이, 성우, 영선이, 한솔이, 윤혁이, 광혁이, 규태, 준호, 믿음이, 선이, 중철이, 승민이, 호상이, 상록이, 지혜, 재연이, 다영이, 현이.

 

초등학교를 갓 벗어난 '초짜 중딩이'들의 첫날 수업은 낯선 만큼 새롭고 흥미롭다. 입학식 전, 1박 2일의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쉽게 마음을 터놓았지만 새로 만난 친구를 통해 ‘나’를 다시 발견하는 일은 새로운 경험인 모양이다. 호기심에 가득차있는 아이들의 눈빛이 맑다.

 

전학년 모두 합해봐야 61명. 지평선중학교의 아이들은 모두 도시에서 왔다. 학교에 다니는 3년동안 아이들은 학교와 한울타리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학교 밖은 들판과 나무와 흙길이 전부다.

 

인스턴트 식품과 온갖 첨단 과학 기구들에 익숙해져 있는 도시의 아이들은 이 소박하기만한 환경에 어떻게 다가갈까.

 

“저는 미술을 공부하고 싶거든요. 자연이 있는 곳이라면 미술공부를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학교를 선택했어요.” 옷차림부터 표정까지 예사롭지(?) 않아 눈길을 끌었던 지혜는 ‘코디네이터’가 꿈이다. 동생이 많이 보고 싶긴 하지만 중학교 생활이 정말 잘될 것 같단다.

 

“꿈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다옴이. 김해에서 온 다옴이는 지평선중학교가 운영하는 계절학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두번이나 참여했던 터여서 이곳으로 오는데 망설이지 않았았다.

 

아이들이 선택한 학교는 특별하다. 경직되지 않은 대안교육의 틀.

 

교사들은 아이들을 존중하고, 아이들은 자유로움을 얻은 만큼 절제의 미덕을 스스로 배워간다.

 

“1학년이어서인지 스폰지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 앞에서 더 조심스럽다”는 담임교사 원현구씨는 아이들만큼이나 수업시간을 즐거워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오후 수업에 들어가기 전 원교사가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운동장에는 달팽이가 그려졌다. 컴퓨터 놀이에만 익숙한 아이들은 웃고 달리는 동안 ‘놀이’의 즐거움을 배운다.

 

봄빛을 닮아가는 아이들은 이제 곧 들판과 들길을 누비고 다닐 것이다. 넓게만 보였던 운동장도 좁아질 날 머지 않았다. 그곳에 아이들의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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