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규·이상견씨 '...이야기가 담긴 들꽃여행'
“선생님, 도라지는 음식이에요? 약이에요?”
“도라지 뿌리로는 나물, 생채를 해 먹을 수 있지만, 감기, 기침 등에 처방하려고 한약용으로도 쓰이고 있단다. 그런데, 얘들아. 도라지꽃에 얽혀있는 재밌는 전설을 알고있니?”
“뭔데요?”
“옛날에 도라지라는 소녀가 오빠랑 단 둘이 살고 있었단다. 오빠가 중국에 공부를 하러가자 도라지는 깊은 산 속 절에 들어가서 오빠만을 기다렸지. 세월이 흘러도 오빠가 돌아오지 않고 도라지는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어. 하루는 높은 산에 올라가 오빠 생각을 하고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도라지야!” 하는 소리가 들렸단다. 오빠가 돌아왔지만, 깜짝 놀란 도라지는 뒤를 돌아보다 그만 아래로 떨어져 죽게 됐단다. 그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도라지꽃이야.”
따뜻한 봄빛이 쏟아지는 교실, 선생님이 들려주는 들꽃이야기가 꿀맛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용규(56·전주지곡초등학교) 이상견씨(53·전주화산초등학교)가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들꽃여행」(신아출판사)을 펴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활동을 하며 맺은 인연이 15년.
“판사, 의사 될 준비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변 자연 현상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2년 전부터 마음을 모아 준비한 책이다.
“어린이들은 꽃을 좋아합니다. 어쩌다 아이들과 같이 들판에 나가면 들꽃에도 각각 이름이 있고 거기에 얽힌 애달픈 사연과 전설을 들려주면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금방 진지해져요. 어쩌면 자신이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지금까지의 책들은 용어 자체도 어렵고 설명이 너무 많아 아이들에게 적합치 않았다”는 이들은 학문 위주의 도감 형식에서 벗어나 75과 357목의 들꽃에 눈높이를 낮춰 다가서고 있다.
20여년 취미로 해온 사진 실력도 이 책을 통해 발휘됐다. 직접 찍은 우리 산과 들의 풍경을 넣고 식물들이 자라나는 생태 현장을 담았다. 전주수목원 소재현씨의 감수를 받아 같은 과끼리 들꽃들을 분류해 이해를 돕고, 들꽃 이름의 유래나 꽃에 얽힌 전설, 꽃말을 넣어 지루하지 않게끔 재미를 더했다. 행여 들꽃과의 첫 만남을 아이들이 낯설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엄마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아이들과 들에 나가 도시락만 먹고 올 게 아니라, 발 밑에 피어난 들꽃을 관찰하면서 아이들의 탐구력과 조사능력도 키울 수 있죠.”
“들꽃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아내의 심상치 않은 눈초리부터 만만치가 않았다”는 이들. 열매와 꽃, 버섯, 이끼류도 아이들 눈높이로 세세하게 분류해 정리해 놓고 싶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은 선생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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