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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본' 국가문화재 지정 시급

방습 방충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수장고에 오랫동안 방치돼있던 조선시대 인쇄 목판 ‘완판본’을 보존하고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국가문화재 지정 작업이 서둘러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로부터 목판정리사업을 위탁받아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동안 정리작업을 해온 전북대박물관(관장 하우봉)은 ‘완판본’의 상당부분이 이미 소실되었거나 훼손된 상태지만, 상당수의 목판은 복원이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어 희귀성의 가치가 높은 만큼 문화재 지정을 통한 보존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정리사업 결과, 남아 있는 목판수는 5천59개. 알려진 것(4천3백여개)보다도 훨씬 많은 분량이다. 조선시대 ‘완판본’은 조선시대 지방정부(감영)나 중앙정부에서 제작한 인쇄목판으로는 유일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분량도 5천여장에 이르는 규모여서 희귀성과 함께 방대한 분량이 문화재적 가치를 높여준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평가다.

 

전라감영의 책판은 전주지역의 역사문화적 전통을 상징하는 유산이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감영의 출판문화를 대변하는 자료로서 의미가 크다. 특히 현재 남아 있는 목판으로 찍은 책들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규장각, 대학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목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예원예술대 이동희교수는 “전라도와 함께 경상도도 조선시대 출판문화의 주축을 이루었던 곳이었고, 경상감영의 경우는 8도 감영중에서도 가장 많은 책이 간행되었지만 아직껏 책판들이 확인된 예는 없다”며 “5천59장이나 현존하고 있는 전라감영의 목판은 그런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조선시대 전라감영에서 제작되었던 인쇄 목판 ‘완판본’은 당초 전라감영이 보관하고 있었으나 1896년 전주향교로 옮겨진 이후 줄곧 향교가 보관해왔다. 그러나 1987년 신축한 수장고 ‘장판각’이 워낙 비좁은데다 습기가 차고 병해충이 확산돼 상당부분 목판의 원형이 소실되거나 치명적인 훼손위기에 처하면서 보존대책이 요구되어 왔다.

 

지난해 10월 전북대박물관으로 옮겨진 ‘완판본’은 현재 임시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상황. 전북도는 완판본의 보존관리를 위해 올해 8천만원의 예산을 세웠지만 연구자들은 워낙 공간이 비좁고 시설이 열악한 장판고를 다시 수장고로 활용하는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 장판각에 기본적인 전시 시설을 갖추어 완판본의 상설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목판본의 영구적인 보존을 위한 수장고는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전북대 박물관은 보고서가 마무리되는대로 전주시, 전주향교, 학계연구자들과 함께 보존대책을 세우고 국가문화재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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