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면 마음 속으로 느낌이 와서 너무 좋아요. 저는 차가우면서도 관념적이고, 아무튼 독특한 경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좋아요.”
‘관념적’ ‘경향’. 초등학교 4학년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은경이를 가리키며 한 작가가 말했다. “맨날 보는 것이 작가들 전시 팜플렛이니, 그런 말이 입에 붙을만도 하죠.”
미술관 안의 꼬마 관람객, 이은경양(화산초등학교4). 장래희망이 화가인 은경이에게 유일한 놀이터는 전북예술회관이다. 학교에서는 말이 없는 조용한 아이지만, 그림과 미술가들 앞에만 서면 은경이는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1주일에 서너번. 학교가 끝나는 2시면 은경이는 중화산동부터 걸어서 예술회관에 도착한다. 은경이 말로는 지난해 부터 50∼60개 전시는 본 것 같단다.
“화가들은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이일순 선생님하고 김삼렬 선생님이 좋아요.”
‘예술회관 꼬마’로 통하는 은경이는 이미 미술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들의 작품 설치도 돕고, 급한 일로 전시장을 비워야 하는 작가들을 위해 ‘전시장 지킴이’도 자청한다. 가끔은 작가 몰래 작품을 마음대로 설치해 놓아 작가들 속을 태우기도 하는 ‘말썽꾸러기’다.
“작가들이 그린 거라서 보통 사람들 그림하고는 차원이 달라요. 저는 우리나라 그림과 서예는 별로 끌리지 않아요. 나중에 크면 차갑고 외국적인 느낌이 나는 그림을 그릴래요.”
진소자 담임선생님은 “은경이는 그림은 물론, 다방면에 소질이 많은 아이”라며 “다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이의 재능을 뒷받침해 줄 지원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쉽다”고 말했다.
은경이의 예술회관 퇴근 시간은 5시. “너무 자주 다니지 말고 쉬어가면서 다니라”는 부모님 말씀도 은경이의 ‘미술관 사랑’은 막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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