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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미술 상징성서 읽어낸 생명력

한국화가 임대준씨 네번째 개인전 '기원'

실경산수에서 비롯된 작가의 작업은 어느새 단순화되고 그 형상이 흐트러져 해체되고 있었다. 과거와 분명 다른 그의 모습은 충분한 사유 끝에 얻어진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24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화가 임대준씨(39)의 네번째 개인전 ‘기원’. 붓의 터치를 반복하면서도 지치지 않았다는 그는 “천천히 먹을 쌓아올리는 동안 오히려 다시 작업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기원은 모든 것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입니다. 원시미술이 보여주는 단순함과 상징성 속에서 힘찬 생명력을 읽고 싶었어요.”

 

3년 만의 개인전에서 임씨는 솟대와 홍살문, 돌탑, 암각화의 이미지 등으로 ‘기원’이란 전시의 주제를 구체화 시켰다. 붓이 지나가고 먹이 번져나가는 것을 보며 우연이 가져오는 효과를 즐기고, 먹의 반복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을 다시 짜맞추며 혹시 모를 지루함도 깨뜨렸다.

 

전시장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가로 10m, 세로 3m가 넘는 거대한 화면은 작가의 끈질긴 집념을 읽을 수 있는 작품. 진동과도 같은 붓의 치밀한 움직임으로 얻은 어둠과 높이 떠오른 밝은 달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화면은 작가로서 자기언어를 찾아가고 있는 임씨의 노력을 말해준다.

 

“일상적으로는 아무 것도 없는 흰 공간을 여백이라고 하지만, 저는 검은 먹도 여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평면 위에 규칙적으로 붓질을 하고 겹쳐진 붓 자욱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흰 공간을 보며 수묵의 본질적인 것을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밝으면 혹시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검은 여백을 택한 한 이유였다는 작가는 정적인 이미지 속에서 동적인 이미지를 발견해 낸다. 멀리서 볼 때는 칠흑같은 어둠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무수한 붓의 터치들이 제각기 살아숨쉬는 화면이다.

 

‘만물이 모두 근원으로 돌아가 거기서 고요함을 얻는다.’

 

침묵하고 있는 듯한 그의 화면은 한국화의 근원인 먹으로 돌아가 고요함을 얻고 있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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