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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아! 미수…사상ㆍ혼 담긴 노화백의 원숙미가 물씬

하반영씨 10여년만에 전주 개인전

작품에는 사상과 혼과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원로화가 하반영씨 ([email protected])

“그 길이 좋든 나쁘든 혹은 옳았던지 옳지 않았던지, 다 내가 살아온 길이지요.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과 함께 내 자신도 달라지잖아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내 역사를 정리하는 것 같아 요즘 아주 기분이 좋아요.”

 

전북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지난한 작업을 지켜온 원로화가 하반영.

 

하반영씨가 여든여덟 ‘미수’(米壽)를 기념해 25일부터 31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주에서는 10여년 만의 전시다.

 

“나는 지금 죽을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올해 미수전을 치르고 여든아홉이 되는 내년에는 구순전을 할 겁니다. 아흔아홉까지 살면 백수전을 하겠지만 그건 욕심이겠지요.”

 

죽을 준비는 화가는 평생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제는 그만 쉬어도 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그는 “숨을 거두는 그 시간까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나의 사명감”이라고 답한다.

 

“힘이 들어도 내 일입니다. 일곱살 먹어서부터 붓을 들어 구십이 가까워지도록 한 길로만 왔어요. 지난 5년간 병원에 왔다갔다 하면서도 그림은 놓치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해 고된 수술을 세차례나 견디어 낸 노화가는 한 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다. 그는 “실제와 똑같이 자연을 그려내는 것은 화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한 눈이지만 자신의 내면에 의지해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젊어서는 젊음의 사기가 있지만 아직 모르는 것들도 있잖아요. 나는 후배들이 우리 것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백년을 공부해도 우리는 서양화가가 안됩니다. 동양사람들은 동양의 철학이 있어야지요.”

 

그는 작품에는 사상과 혼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양의 이기를 이용하더라도 동양의 뿌리를 간직해야 하고, 서양의 재료지만 정신은 동양이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일곱살 부터 시작한 서예가 바탕이 돼 오늘의 내가 있는 것 같다”며 “젊은 작가들이 자기 이름 석자라도 모필로 써보고 회화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젊어서는 간판집에서도 일했고 극장 그림도 그리면서 고생 많이 했지만, 절대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어요. 과거 작품 보다 지금의 작품이 더 마음에 드는 걸 보니 그동안의 시간들을 잘 견뎌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떠오르는 영상에서 시작된 반추상 작업은 예술과 인생의 경지에 오른 원숙함과 조화로움이 담겨있다.

 

지난해 부터 그려온 작품의 일부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돌아보다’전에 냈고, 나머지 30여점으로 개인전을 연다. 힘에 부쳐 이제는 모두 소품들 뿐이다.

 

노화가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의 그림들은 “아직 나의 작품은 끝나지 않았다”고 또렷하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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