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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사라져도 시는 기억한다

제14회 전국민족문학인 제주대회를 다녀와서

동화작가 김종필 ([email protected])

제주도! 난 아직도 이 낱말을 들으면 흥분되고 놀 생각부터 한다. 내 나라 땅이면서도 이국적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섬. 민족문학작가회의 문우들을 만날 기대와 전에 옹골지게 잘 놀다온 기억이 더하여 나를 달뜨게 한다.

 

비행기에서 내린 첫날 따사로운 날씨는 우리를 풀어지게 했다. 노는데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먹는 즐거움이다. 전북작가회의의 미식가인 안도현 시인이 안내해준 식당에서 싱싱한 고등어회, 갈치회, 자리물회를 안주 삼아 옴팡지게 먹었다.

 

다음 날 늦게 일어나 구수한 깅이죽(작은 게를 ‘깅이’라고 부른다)을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행사장에 도착했다. ‘을사늑약 100년·을유해방 60년, 그 질곡의 세월을 넘어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번 행사 주제 펼침막이 봄바람에 흔들린다. 호·영남 문학인 대회를 전국문학인 대회로 발전 계승시킨 지 3년째다.

 

4·3문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옥살이까지 한 「순이 삼촌」의 작가 현기영 문예진흥원장이 주제 강연을 했다. 그는 평화의 반대가 뭐냐고 묻는다. 전쟁이라는 대답이 나오자 고개를 젓는다. 평화의 반대말은 전쟁 뿐만 아니라 모든 폭력과 파괴행위란다. 수십 년 동안 자행되었던 국가폭력 그리고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개발의 탈을 쓴 자연파괴가 평화의 적이란다. 문학은 궁극적으로 평화를 지향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시인 손님 두 분이 찾아 왔다. 제주도 인구 26만 명 중 3만 명이 구천의 넋으로 떠돌던 해에 팔레스타인들도 이스라엘에 의해 인구의 절반이 조국을 쫓겨났단다. 그래서 제주도에 강한 애착을 느끼고 있다며 연대를 호소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피와 함께 떠났다면 봄에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야 한다. 사라졌던 그들을 시로써 기억하자-

 

다음 날 참석한 ‘제57주년 제주 4·3 사건희생자 범도민 위령제’는 섬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바늘 하나 꽂을 곳 없이 꽉 찬 인파와 제주도에 있는 모든 카메라가 총 출동한 듯한 행사장. 너무 늦기는 했지만 떠돌던 넋들이 좌우를 떠나 이제야 상생한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빨갱이가 아니라 했습니다. 빨갱이가 아니라면 네 옆집에 사는 이 빨갱이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라 했습니다.’ ‘그의 목을 자르고 그 목을 부인 등에 지우고 서귀포 시내를 다 돌게 하였습니다.’

 

야만의 세월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온 그들이 울부짖는다. 동백꽃처럼 사라져간 넋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행사장 주변에는 까마귀가 날고 칼바람이 분다. 내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늘 평화를 갈망하며 살고 있다. 평화로 가려면 억울하고 슬픈 사람이 없어야 한다. 그들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리고 위로해 주어야 한다. 노근리, 대구, 여수·순천, 거창, 양산이 그러하다. 과거사법 통과가 필요한 이유다.

 

작가들이 국토 곳곳에서 가져온 흙과 물로 너분숭이 애기 유골터에 동백나무를 심는다. 우리가 가져간 황토현 붉은 흙도 그 속에 섞인다. 평화의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길….

 

◇ 동화작가 김종필씨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작품집으로 「땅아 땅아 우리 땅아」, 「아빠와 삼겹살을」, 「제자리에 앉은 사람은 아름답다(대표공저)」를 냈다. 참교육문학상, 환경동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과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회원으로 활동중. 전주효림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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