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 빠진 전통문화도시
햇살 넉넉해진 자리, 꽃샘 바람 시새움에 움추리고 있던 싸리꽃이며 온갖 나무들 고개 들었다.
축제로 오는 전주의 봄은 눈부시다. 꽃잔치로 가슴 설레이는 동안 축제를 알리는 배너와 플래카드의 물결이 어느새 거리를 채웠다.
고요했던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가 다시 새롭게 피어나는 때.
이제 전주는 축제의 도시다.
축제의 문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연다. 4월 28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로 여섯번째. 5월 6일까지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열리는 9일동안의 영화여행에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 176편 영화가 초대됐다.
영화는 고통과 행복, 쓸쓸함과 황홀함, 갈등과 화해를 건너는 다양한 삶의 풍경이다.
전주영화제는 저예산과 진취적인 실험정신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나라의 독립영화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들의 정신을 실현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전주영화제는 ‘자유’와 ‘독립’, ‘소통’의 정신을 견지하면서도 ‘시민과 함께 하는’ 대중성의 성격을 한층 강화했다. 영화제의 정체성을 심화시키면서도 대중성의 벽을 허물어 ‘소통’의 영역을 넓히려는 의지다.
영화사에서 빛나는 거장들의 행진, 더욱 다양해진 디지털 매체의 새로운 탐색과 표현,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의 아름다운 독립영화, 한국영화사에서 잊혀져 있던 1930∼40년대 영화와 북한영화 최근작까지 다양하게 펼쳐지는 스펙트럼속에서 영화세계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이제 관객의 몫이다.
올해로 마흔일곱해, 전주 시민들이 꿋꿋이 지켜온 ‘풍남제’는 30일 개막, 봄 축제의 한 중간에 전통문화의 향기로 축제의 활기를 담아 전주 도심 곳곳에서 판을 연다. 5월 5일 까지 열리는 풍남제는 그 어느해보다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돋보인다. 더불어 사는 전주, 풍요로운 전주, 맛있는 전주, 멋있는 전주, 흥겨운 전주를 향한 전통축제는 전통문화와 민속문화의 자산을 소재로 일상의 행복한 일탈을 꿈꾼다. 우리 것의 소중한 가치를 신명난 축제판으로 이끌어내는 ‘풍남제’로 우리는 오래된 전통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종이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되살려내는 축제 ‘전주종이축제’도 전주의 봄 축제 중심에 선다. 5월 1일부터 9일까지 태조로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종이축제는 ‘천년, 전주 한지’의 멋과 실용성을 알리는 자리. 종이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멋과 쓰임새를 한자리에서 두루 만날 수 있는 종이축제는 올해로 아홉해째. ‘천년의 빛, 그리고 새로움’을 주제로 한 올해 축제는 오랜 전통속에 갇혀있던 전주한지를 꺼내 현대적 활용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다양한 시도의 장에 내놓는다. 종이축제 역시 다채로운 체험공간의 확대로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 함께 하는 현대 축제의 전형이 ‘풍남제’와 ‘종이축제’로 실현되는 셈이다.
소리의 고장 전주의 전통을 이어가는 전주대사습놀이의 탄탄한 권위는 올해도 국악유망주들을 전주의 무대로 불러들인다.
반세기 단절의 세월을 딛고 선지 올해로 서른 한해째. 대사습은 판소리와 농악 무용 기악 가야금병창 민요 시조 궁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에 참여해 기량을 겨루는 국악재목들의 열정으로 다시 새로운 전통을 더한다.
전주의 봄 축제의 정취는 춘향골 남원으로 이어진다.
5월 4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올해 춘향제는 75년의 전통을 딛고 다시 태어나는 자리. 아름답고 화려한 축제 한마당이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갖추어 손님들을 맞는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축제가 이어지는 이 봄.
봄은 희망이고 축제는 생명이다.
제31회 전주대사습놀이 5월2일 개막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국악계의 최고 등용문인 제3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5월 2일과 3일 이틀동안 전주실내체육관을 비롯해 덕진예술회관, 전통문화센터, 천양정 등 전주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전주대사습놀이는 판소리 명창, 농악, 기악, 무용, 경서도민요, 시조, 가야금병창, 궁도, 판소리 일반 등 9개 부문에서 당대 최고의 명창과 명인을 가려내는 자리.
2일 예선을 거쳐 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는 각 부문 결선이 치러진다.
올해부터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의 각 부문 장원들이 꾸미는 특별공연이 별도로 마련된다. 올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장원의 영예를 안은 명창, 명인들이 풍남제와 종이문화축제로 신명이 넘치는 3일 오후 6시30분 전주경기전에서 전주의 관객들과 만난다.
장원들이 합동 공연을 갖는 것은 지난 75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개최된 이래 처음이다. 전주 문화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새로운 판이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
올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는 특별한 이벤트도 선보인다. 3일 오전 11시부터 본선이 치러지는 전주실내체육관을 찾는 관객들은 경연자와 함께 민요를 부르고, 판소리 한 대목을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오랜 전통과 명성에도 늘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아쉬웠다”는 대사습놀이보존회가 “관객들과 나누는 이벤트를 통해 보다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전주대사습놀이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의도로 기획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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