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택 원광대교수 시집 '자몽의 추억'
7년만이다. 지난해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가 있는 시골마을로 들어가 촌가에 묻혀 쓴 것들인 줄 알았더니, 오래 전 묵혀뒀던 것까지 끄집어내 고른 것들이라고 했다. 심호택 원광대 교수(58)가 시집 「자몽의 추억」(청하)을 펴냈다.
“책이 얼마 걸린다는 규칙이 있나요? 요새 남의 시 70∼80편을 끈기있게 읽어주는 사람도 없어 단촐하게 엮었습니다.”
여자와 연애, 사랑의 시편을 한 권으로 묶었지만, 프랑스에 머물던 30년 전 이야기부터 90년대 말 작품까지 적어도 5년은 지난 것들이다.
하루하루가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세상, 소설가 이병천씨는 시인을 두고 ‘장난기 가득 머금은 가면을 쓴 채 한없이 가벼운 농담과 유희로 독자들을 희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수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고 답했다.
“인생이라는 것이 진지한 탐구로만 되는 것이 아니죠. 어떤 때에는 유희와 휴식도 필요해요. 그런 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집을 내는데 어떤 의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손에 잡히지 않는 간지러운 이야기들 보다 현실적인 사랑을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낭만적이지만 비현실적인, 그동안의 연애시에 대한 지겨움이자 색다르게 써보려는 노력이었다.
“내 시가 이야기성이 강하지만, 메세지만 읽어내고 탈탈 털어버리면 서운하지요. 다른 시적 장치나 고심했던 흔적들에 접근하려고 한 번 더 생각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자몽의 추억」은 ‘그림이 있는 시’다. 안도현 시인의 「연어」와 소설가 전경린의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의 삽화를 그린 엄택수씨가 그림을 그렸다.
“원래 잘 안 받아들일 사람인데, 20년이란 시간 덕분인지 허락해주더군요. 시를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런 간섭 안하고 마음대로 해달라고 했어요.”
어떤 사람은 그림이 시를 압도한다고 하지만 시인은 개의치 않는다. 다소 자극적인 삽화가 시 감상을 돕든지 저해하든지,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카타르시스’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썼고 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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