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는 말에는 왠지 모르게 비아냥이나 조롱이 섞인 듯한 뉘앙스가 짙다. 결혼여부와 나이에 관계없이 생명 잉태와 탄생의 숭고한 뜻을 담고 있는 ‘아기주머니’에서 나온 말이지만, 그 의미가 변질되거나 퇴색된 지 오래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양성 평등시대, 사회에 짓눌린 아줌마들이 여권 신장을 등에 업고 대반격을 시작했다. 남편, 자녀 뒷바라지에 등살이 휘던 시절도 이제는 옛말이다. 가족에 무조건적으로 헌신하는 ‘신화적이고 초인적인 존재’에서 고뇌하고 때로는 일탈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야마다 구니코 지음/ 큰나무)
전철 안에서 빈자리 빼앗기의 고난도 테크닉을 구사하며, 뽀글뽀글 파마를 선호하는 한국 아줌마. 아줌마가 소화하기는 어려울 정도의 패션을 즐기며, 생머리를 고수하는 일본 아줌마. 이 책은 일본의 아줌마를 대표하는 유명 탤런트이자 소설가로 맹활약 중인 야마다 구니코가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를 넘나드는 여자들의 쩨쩨하면서도 눈물겨운 노력과 건투를 4편의 따뜻한 에피소드로 풀어내고 있다. 작가의 재치와 풍자가 재미난 작품이다. 문화는 달라도 언제나 아가씨이고 싶은 마음은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처진 팔뚝, 똥배, 주름살 등의 아줌마 조짐은 언제나 예고 없이 나타나는 법. 저자는 결혼을 아가씨와 아줌마의 경계선으로 아는 여자들의 상식에 가차없는 채찍질을 가한다.
△대한민국 아줌마 유쾌하게 밥 짓고 통쾌하게 일하는 법(김소담 지음/ 글로리아)
가정과 직장을 동시에 꾸려나가는 이 시대의 ‘워킹맘’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남자와 똑같은 시간을 일하고 똑같은 시간에 퇴근하지만, 집안일과 육아의 몫은 여자의 독차지다. 저자는 결혼한 직장여성의 일상을 ‘나는 슈퍼우먼’ ‘그래도 내 새끼들’ ‘남편, 그 애증의 이름’ ‘인생은 아름다워’ 등 4편의 에세이로 엮어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아줌마의 능력과 역할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 지를 일깨워주면서 동시에 아내의 고된 일상을 묵묵히 지켜만 보는 남편에게 따끔한 충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터넷 사이트 다음 미즈넷에 2년간 연재되기도 했던 이 내용은 ‘워킹맘’의 마음을 파고든다. 울고 웃고 공감하는 사이, 아줌마들은 어느 새 새로운 용기와 활력을 얻는다.
△담배 피우는 아줌마(이숙경 지음/ 동녘)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라 지칭되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어른 여자’를 정답게 일컫는 사전적 정의와는 전혀 다르게 사실은 아줌마는 우아함과 여자임을 그리고 부끄러움을 포기했다는 뜻에서 ‘3포족’으로 불릴 정도 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체험담을 통해 아줌마 스스로 자신과 자신의 삶에 자긍심을 가져야한다고 일깨운다. 여자가 하면 안되는 것 중의 하나로 담배피우기를 지목한 저자는 책 제목에 담배를 내세웠다. 그리고 담배 피울 자유와 밥 안할 자유, 빨래 안할 자유, 밤에 외출할 자유, 내 보약 먼저 챙겨먹을 자유 등 아줌마에게 허락되지 않은 자유를 누리도록 부추긴다. 아내와 며느리, 어머니 노릇을 다해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아줌마 편에서 진솔한 얘기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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