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17:32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2005 전주국제영화제] 북아프리카 해지는 땅 가슴 따스한 풍경들

'마그렙 특별전'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지난해 쿠바영화에 이어 다시 관심을 모으는 낯선땅의 영화들이 있다. ‘마그렙특별전’ 이란 이름이 붙여진 영화 8편이다. 2004년 시도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쿠바특별전 영화들처럼 지금껏 국내에 한번도 소개되지 않은 영화들이다.

 

‘마그렙’은 아랍어로 ‘해가 지는 곳’이라는 뜻.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을 이른다.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리비아를 이르지만 이번 특별전에는 모로코의 4편과 튀니지의 4편이 초대됐다. 마그렙영화들은 고유한 문화성을 간직한 것이 특징. 수천년의 찬란한 아랍문화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튀니지와 모로코 영화는 1956년 프랑스 식민주의가 끝난 뒤에야 싹트기 시작했지만 튀니지는 해방 이후 독립정부의 진보적 정치의 지원으로 50년대 말 국립영화제작사를 세우고 1966년 아랍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국제카르타그 영화제를 만드는 등 영화제작에 적극적인 정책을 폈다. 반면, 영화산업을 자유시장의 경쟁에 맡겨놓았던 모로코는 80년대까지 전만해도 아랍지역에서 가장 제작편수가 낮은 나라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면서 이러한 상황은 반전됐다. 오히려 튀니지의 영화는 지금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고, 모로코 영화는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모로코 국민들이 오랫동안 외면했던 자국의 영화를 다시 찾고 있는 덕분이다.

 

일부 아랍평론가들은 근래 부상하고 있는 모로코 영화를 아랍 영화의 등급에서 이집트 영화 바로 다음에 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번에 선택된 영화는 1983년 이후 제작된 영화 중에서도 모로코의 정체성이 가장 잘 반영된 영화들.

 

합법적인 성관계와 비합법적인 성관계를 통해 사회 관계의 문제를 해학적이고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압델카데르 라그타 감독의 <러브 스토리 인 카사블랑카> , 파우지 벤 사이디가 단편영화에서 장편영화로 영역을 넓힌 첫 작품이자 대성공을 거둔 <천월> , 강간과 그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영향을 다루는 모하메드 아불루아카르 감독의 <하다> ,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마치 천일야화를 연상시키는 파리다 벤리야지드 감독의 <여인들의 속임수> 다.

 

전성기를 구가했던 예전의 영화사를 복원하지 못하고 있는 튀니지의 영화는 모두 1999년 이전에 제작된 것들이다. 이번 전주영화제를 방문하는 누리 부지드의 <재의 인간> , 튀니지의 전통과 현실 문제를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녹여낸 마흐무드 벤 마흐무드 감독의 <인디안 썸머> , 튀니지릐 전통을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바라본 무피다 틀라틀리 감독의 <궁전의 침묵> , 이슬람의 신비주의와 독특한 아랍문화를 담아낸 나세르 케미르 감독의 <사막의 방랑자들> 이다.

 

낯선 만큼 더 새로운 체험을 즐기려면 ‘마그렙 영화’를 놓치기 아쉽다.

 

'쿠바영화'에 이어 '마그렙 영화' 기획한 임안자 부집행위원장

 

“유럽의 영화제에서 간간히 만나게 되는 고유한 문화성을 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영화들을 한국에 꼭 소개하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마그렙영화들이었죠. 주목 받지 못한 것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가치를 높이 사는 전주영화제라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국내에는 낯설기만한 ‘쿠바영화’로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안겨 주었던 영화비평가 임안자씨(63·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가 올해는 북아프리카 영화들을 내놓았다.

 

지난 1년동안 마그렙 지역의 국가들을 방문하거나 각 영화제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찾아나섰던 결실이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색다른 영화들을 주목해주었으면 좋겠어요. 9.11사태로 불신과 차별, 마치 테러의 온상처럼 인식되고 있는 이슬람 종교 문화권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될 겁니다.”

 

진안 용담출신으로 196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가 스위스 프리부룩대학에서 신문학과 영화사를 전공한 임부위원장은 90년대 초반부터 ‘한국영화의 새로운 물결’ 회고전을 비롯해 유럽영화제의 한국영화 프로그래밍 대부분에 참여해온 유럽권의 ‘한국영화전문가’다.

 

'칸느영화제'를 비롯해 대표적인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을 역임한 그는 2002년 ‘아시아독립영화포럼’ 심사위원으로 전주영화제와 첫 인연을 가진 이후, 어드바이저로 유럽영화 프로그래밍을 지원해오다가 지난해 전주영화제 부집행위원장에 선임되면서 해외영화 프로그래밍을 실질적으로 조언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영화제는 탄탄한 인적구성과 장기적인 목표와 기획이 성공 조건입니다. 그래야만 해외 영화인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어 좋은 영화 발굴이 가능해지지요. 그것이 곧 국제영화제의 힘이기도 하구요.”

 

오랫동안 떠나있던 고향에서 일하는 즐거움이 기대 이상으로 크다는 그의 바람은 전주영화제가 규모보다는 멋진 영화제로 세계 널리 알려지는 것. 전주 한옥마을의 예쁜 찻집 ‘고신’에서 만난 그는 해외에서 호평 받고 있는 전주영화제의 가능성을 전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