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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종이문화축제] 종이와 글씨의 새김, 과거의 역사와 삶 읽는다

종이는 한 사람의 삶이고 한겨레의 역사이며, 나아가 인류가 지나온 발자취다.

 

과거가 현재에 이야기를 걸어오고 현재가 미래에 말을 건네는 역사적 대화의 통로가 ‘2005전주종이문화축제’에서 마련됐다. 9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주향교 소장 완영목판전’과 ‘전주 일원의 금석문 탁본전’. 전주향교 장판각에 보관돼 있던 완영목판 정리사업을 위탁받은 전북대 박물관과 지역의 금석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전라금석문연구회가 기획했다.

 

조선시대 전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인쇄한, 출판의 도시였다.

 

완영목판(完營木板)은 조선시대 전라감영에서 책을 발간할 때 사용했던 목판. ‘전주향교 소장 완영목판전’은 「자치통감강목」 「동의보감」 「주자대전」 「율곡전서」 「성리대전」 「증수무원록언해」 「사기」 「사략」 「호남삼강록」 「주서백선」 등 10개의 완영목판들과 전북대 박물관이 이번 전시를 위해 전주 한지로 직접 찍어낸 것들을 함께 공개했다.

 

전주 향교에 보관돼 있던 완영책판은 5천59개. 이것을 세로로 세우면 200m, 그 안에 새겨진 글자 수만 해도 2백4만8천640자에 달한다. 한 사람이 하루 40자를 새기면 140년이 걸리고, 하루 한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글자수를 4천∼5천자로 보면 완영책판을 다 읽기 위해서는 1년 5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홍성덕 전북대 학예연구사는 “일반 시민들이 완영목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흥미로운 통계들을 내봤다”며 “이번 전시를 위해 목판의 상태가 좋은 것들로 골라 전주 한지로 직접 찍어봤다”고 소개했다.

 

‘전주 일원의 금석문 탁본전’은 전라금속문연구회가 3년 전부터 전주 일원을 발로 뛰며 탁본한 작품 15점을 내놓았다.

 

탁본은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탁본에서 두드리는 과정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가로 4m 70cm와 세로 1m 80cm 크기의 객사 현판 ‘풍패지관(豊沛之館)’ 탁본은 전라금석문연구회가 꼽는 역작. 전라도를 대표하는 명필 창암 이삼만의 글씨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남고산성에 있는 정몽주 시와 오목대와 이목대에 남아있는 고종의 글씨 등이 탁본됐다.

 

김진돈 전라금석문연구회장은 “화선지는 탁본 과정에서 찢어지기 쉽지만 전주 한지는 그 과정을 이겨낼 정도로 질기다”며 “단순히 금석문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접근하려는 자세가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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