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튀니지 영화들을 모은 ‘마그렙 특별전’과 함께,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 눈에 띄는 기획은 <소마이 신지 회고전> 이다. 2001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소마이 신지가 생전에 만든 13편의 영화 중 8편의 영화가 출품된 이번 회고전은 80년대 일본 독립영화의 상징적 인물인 소마이 신지의 영화정신과, 자유 독립 소통을 화두로 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81년 일본 흥행 톱을 기록한 <세라복과 기관총> 을 비롯해서 도쿄영화제 영 시네마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태풍클럽> , 야니기사와 키미오의 만화를 영상화 한 <꿈꾸는 열 다섯> , 마약 사건에 휘말려 유괴당한 같은 반 친구를 구출하려는 세 중학생의 모험담 <숀벤 라이더> 등은 모두 청소년기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청소년 장르의 영화들이다. 숀벤> 꿈꾸는> 태풍클럽> 세라복과>
소마이 신지의 청소년 영화들은, 낡고 위선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기성세대를 향해 격렬히 저항한다. 그의 의도는 명백하다. 권위적인 체제 내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정신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태풍클럽> 은 서서히 다가오는 태풍 속에서 변화하는 청소년들의 내면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태풍은,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상징적 알레고리다. 태풍은 세계를 송두리째 뒤집는 외적 자연현상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또 하나의 태풍을 경험하게 되는 아이들의 내적 변모이다. 학교가 태풍으로 고립되자, 방과후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중학생들에게 그곳은 해방공간이 된다. 점점 강력한 힘으로 다가오는 태풍은, 그들 내부에 스며들어 있는 존재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을 짓누르던 학교와 가정과 모든 권위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태풍클럽>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본질을 발견하려는 내적 몸부림을 읽을 수 있다. 자기 내면에 도사린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등은 알 수 없는 폭력으로 나타나 친구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원조교제와 동성애, 자살 등의 사건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의 원인은 태풍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태풍이 불러일으킨 내면의 변화에 있다.
소마이 신지의 탁월함은, 구태의연한 설명을 배제하고 압축된 상징과 탄력성 있는 이미지로 내러티브를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롱 테이크를 통해 인물의 불안한 내면을 지속적으로 포착함으로써, 형식적 탐구가 내적 주제와 합치되는 뛰어난 성과를 이루어낸다. <태풍클럽> 은 그 정점이다. 4일 오후 5시 메가박스 9관 상영 태풍클럽>
/하재봉(영화평론가)
소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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