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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전주국제영화제] 예술영화 맥 이은 영화인

오늘 오전 11시 전주시네마 1관에서 상영될 <이사> 의 한 장면. ([email protected])

일본 독립영화의 거장, 소마이 신지(1948∼2001).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 영화비평가와 배우들로 부터 가장 추앙받는 감독으로 꼽힌다. 짧은 생애, 그에 의해 제작된 독립영화는 13편. 하지만 일본 독립영화사에 그가 남긴 업적은 그 이상의 가치다. 다매체 시대 등 급변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영화정신의 맥을 잇게 한 영화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ATG(Art Theater Guild·예술영화조합) 회고전을 통해 일본 독립영화의 진보적 세계를 엿본 전주영화제가 주목한 일본 독립영화의 거장, 소마이 신지 회고전은 일본 독립영화 탐구 제2탄. 이를테면 일본 독립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가늠하는 완결편 성격이랄 수 있다.

 

80년대 일본 독립영화를 주도했던 소마이 신지 회고전에는 80년대 대표작을 중심으로 8편을 초대했다. <꿈꾸는 열다섯> , <세라복과 기관총> , <숀벤 라이더> , <러브 호텔> , <태풍클럽> , <빛나는 여자> 와 90년대 작품 <이사> (1993) 그리고 생애 마지막 작품인 유작 <바람꽃> (2000) 등이다. 대부분 상영이 마감됐지만 5일, <꿈꾸는 열다섯> (오후 2시 메가박스 9관), <숀벤 라이더> (오후 7시30분 메가박스 10관), <이사> (오전 11시 전주시네마 1관) 등이 기다리고 있다.

 

소마이 시지의 데뷔작 <꿈꾸는 열여섯> 은 ‘주간 소년 매거진’에 연재 중이었던 야나기사와 키미오의 인기만화를 영화로 각색한 작품. 10대의 일상을 그린 성장기로, ‘고등학생의 동거’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소년·소년의 섹슈얼리티를 다루고 있다. <세라복과 기관총> 그해 일본영화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소마이 신지는 83년작 <숀벤 라이더> 에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다. 8분 동안 단 한번의 커트 없이 롱 테이크로 첫 시퀀스를 연 파격적인 시도로‘롱테이크’라는 트레이드 마크도 생겼다. 야쿠자에 맞서는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어린이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

 

일본 영화계에 비디오와 케이블 TV, 위성방송 보급에 편승한 대기업과 TV방송국이 진출하던 80년대. 소마이 신지는 TV기법으로 변질되는 영화기법에 ‘영화의 본질과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사> (1993)는 한참 동안의 공백기를 거쳐 내놓은 그의 열번째 작품이다.

 

행복한 가족이 붕괴되어 갈 때 겪는 어린 소녀의 상실감과 옛 향수를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족적인 영화로 꼽힌다.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롱테이크 속에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공간에 대한 집착보다는 이야기의 디테일을 어떻게 배우의 연기와 융화시킬까에 대한 감독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80년대 작품 성향과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는 이 영화를 통해 소마지 신지는 그동안 보여준 ‘촬영의 영화’가 ‘연출의 영화’로 선회하는 지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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