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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전주국제영화제] 정체성·대중성 둘다 잡았다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 결산

아흐레간의 전주 영화잔치가 6일 막을 내렸다.

 

올 스크린 잔치에서는 지난 2000년 첫 행사 이후 한 눈 팔지 않고 진득하게 6년을 이어온 전주의 힘과 연륜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독립영화와 디지털·대안영화에 주목한 전주에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일반 시민들의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정체성과 대중성의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결실은 우선 관객들의 반응에서 나타났다. 상영관이 고사동 영화의 거리로 집중되면서 휴일에는 매진사례가 이어졌다.

 

물론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같은 대규모 객석 대신 채 200석을 넘지 않는 소규모 공간을 선택한 까닭에 주말 연이은 매진사례는 오히려 마니아들의 선택을 제한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관객의 호응은 주목할 만했다.

 

총 객석 7만석중 순수 유료관객이 5만2000명이었고 ID및 무료입장 관객을 포함하면 5만9000석(야외관객 포함 6만9000명)이 메워졌다. 예매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졌고 좌석 점유율도 79%에 달했다. 지난해 유료관객 4만500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축제 운영도 대체로 매끄러웠다는 평이다. 그러나 성과가 많았던 만큼 한층 발전된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풀어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았다.

 

◇운영 및 조직

 

올해는 프로그램을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집중, 행사공간을 일원화 시킨게 두드러진 특색이었다. 축제의 밤, 영화의 거리와 걷고싶은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한 루미나리에(빛과 영상의 축제)도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몫을 해냈다.

 

그러나 잔치가 ‘메가박스’라는 특정 공간에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이동의 불편은 없었지만 공간의 다양성도 없었다.

 

또 주말 거의 모든 상영작이 매진되면서 크게 축소된 객석규모가 그대로 드러나 타지역서 공들여 찾아온 마니아들로부터 불만을 사기도 했다.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 영화관의 시설을 보완하고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을 적극 활용, 축제 공간을 예전처럼 이원화하는 효율적인 방안 모색은 그런점에서 제기됐다.

 

개·폐막식은 차분하고 안정적이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반면 전주만의 문화적 정서와 특색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높았다. 차별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상영관에서는 잠시 자막이 나오지 않거나 상영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영화제의 특성상 큰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의 현장 대처능력 문제는 올해도 도마위에 올랐다. 영화제 전반에 대한 자원봉사자들의 이해가 부족해 현장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인원도 필요이상으로 많았다는 지적이다.

 

◇프로그램

 

지난해 문제점중 하나로 꼽힌것은 상영작이 너무 많아 축제가 산만했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올해는 지난해 284편이었던 상영작을 176편으로 줄이고 대신 상영횟수를 늘렸다. 그리고 이 같은 선택은 관객들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영화궁전과 야외상영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한국영화에 대한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옴니버스 인권영화 ‘다섯개의 시선’은 매진 기록을 이어갔고 디지털 독립 장편영화 ‘거칠마루’도 입소문을 타고 영화제 최고 인기작품 대열에 올랐다.

 

세미나와 학술대회가 크게 늘어 영화제에 현장 체험학습의 장이 만들어졌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색이다.

 

그러나 특별히 주목할 만한 화제작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전주영화제가 직접 기획·제작, 올해 특별히 개막작으로 내놓은 ‘디지털 삼인삼색’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개막작이 행사를 끌어가는 상징으로서 그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작품 선정은 올해도 실패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블록버스터 영화 ‘남극 일기’도 관객들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전주영화제의 정체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이 중국에서 발굴, 영화제에 내놓은 ‘군용열차’등 일제말기 4편의 한국영화와 북한영화, 그리고 마그렙영화에 대한 반응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기획·홍보

 

올해는 잔치마당 곳곳에서 영화전공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상영관은 물론 세미나와 학술대회장에도 어김없이 학생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영화제 사무국은 올 행사를 앞두고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영화도 보고 강의도 들을 수 있는 현장체험학습을 적극 권장했다. 실제 전북을 제외하고도 전국 22개 대학서 1300여명의 영화학도들이 2박3일 일정으로 전주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가 미래 영화계 주역들의 현장 체험학습장이 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화제작을 발굴해서 적극 홍보, 영화제에 시너지 효과를 불어넣는 실질적 홍보전략이 부족했다는 점은 올해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 내로라하는 국내 영화인들의 발길이 예년보다 오히려 줄어 이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일도 과제로 지적됐다.

 

◇성과와 과제

 

여섯번째로 치러진 올 영화제의 성과는 무엇보다 전주의 힘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부산과 부천이 이전 5∼6회 행사를 거치면서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전주도 올해 그 힘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체성과 대중성에 대한 문제도 이제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았다. 영화 마니아층이 확산되고 시민들의 참여가 늘면서, 정체성이 부각되면 대중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에서도 벗어났다.

 

영화제가 생존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그동안 수면아래 잠재해 있던 과제도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영화제가 1년내내 전주를 영상산업의 복판으로 끌어낼 수 있는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1년에 한 차례 있는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영상위원회등 관련단체와 네트워크를 구축, 지역 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생산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서 그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화제가 생산적 기반을 갖출 수 있는 필름마켓이 올해 조성되지 못한 점은 이같은 측면에서 부담이다.

 

올해 처음 시도된 페스케이드(FESCADE)에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화제 구석구석에서 ‘국제’라는 명칭이 부끄럽지 않도록 행사 운영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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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표·안태성·도휘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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