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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전주국제영화제] 탐험대와 자연의 설원 대결

국내 최초공개 폐막작 <남극일기>

하얀 설원. 배우들이 기댈 곳은 없다.

 

송강호와 유지태의 맞대결만으로도 가슴을 뛰게했던 영화 <남극일기> (임필성 감독)는 애초부터 화려한 치장은 기대할 수 없었다. 오직 화면 너머로까지 이어지는 눈밭 위에서 펼쳐지는 여섯 명의 배우들의 밀도있는 연기가 스크린을 가득 메울 뿐이다.

 

90억원 대에 이르는 제작비, 5년 간의 기획 기간, 뉴질랜드 로케이션 촬영과 <반지의 제왕> 스탭 참여, 가와이 겐지 감독의 음악과 봉준호 감독의 각색 참여 등 작품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 보장됐었지만, 비주류영화들을 주목해 온 전주영화제에게 <남극일기> 는 사치인 듯 보였다.

 

전주영화제의 <남극일기> 폐막작 선정 두고 반응은 엇갈렸지만, 어쨌든 상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남극일기> 가 전주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남극의 도달불능점 정복에 나선 탐험대. 영국탐험대의 80년 전 ‘남극일기’를 발견하면서 이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도달불능점에 도달하기 위해 광기에 빠져든 탐험대장 최도형과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한 직감에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대원들. 탐험대장이 도달불능점에 집착하는 동기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탐험대와 자연의 대결은 결국 탐험대 내 대원들 간의 갈등만을 남겨놓는다.

 

미지의 땅 남극은 인간을 거부한다. 낭만적이었던 남극은 서서히 공포의 대상으로 살아움직이고 거대한 자연과 그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모습은 냉정한 침묵과 소름끼치는 표정 뿐이다.

 

차가운 눈처럼 싸늘하게 얼어붙어가는 인간의 감정. “네가 나를 멈춰줬어야지”라는 송강호의 독백은 목적을 잃어버린 채 목표에 집착하는 혼동과 강렬한 내적 충동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자신의 도달불능점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극일기> 속 인간의 욕망은 비극적인 실패로 끝나지만, 또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설원이라는 단조로운 배경 뿐이지만 눈의 질감이나 느낌은 의외로 지루하지 않다. 연극 쪽에서 잔뼈가 굵은 송강호 박희순 김경익 윤제문 최덕문과 유지태의 결합은 주연과 조연의 구분을 없애고 배우들 사이에는 치열한 긴장감만을 남겨놓았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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