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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용꿈 꾼 놈 입 다물 듯 한다

무엇을 숨기려고 하거나 똑똑히 말하지 않고 우물거릴 때 인용하는 말이다.

 

 

<근원설화>

 

이십 여세의 양반집 과부가 인물이 절색이고 음식 솜씨도 좋았으나 도와줄 가까운 친척도 없고, 한 푼 재산도 없는지라 먹고 살기 위하여 체면 불구하고 술집을 내었다. 이 소문이 퍼지자 오입쟁이는 물론 한다는 선비들도 집 가득히 모여들었고, 제각기 제 재주대로 과부를 유인하여 보았지만 굳이 절개를 지켜 일체 용납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과부에게 이르기를 평생 독신생활을 하다가 늙어지면 재산이 천만금인들 외로워 어찌 살겠소, 남편을 얻어 자식을 두고 손자를 거느려 재미를 보느니만 못하니 재가(再嫁)하라고 권했다.

 

과부 말에 난들 그 것을 모르겠소만 씨가 좋아야 자식다운 자식을 얻을 것인데 그 일이 어디 쉬운 일이요 하며 좋은 남자만 있으면 재가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그 말은 곧 널리 퍼졌다.

 

전부터 그 과부에 야심을 품고 매일같이 술을 마시러 다니던 근처에 사는 김선달도 그 말을 듣고 무슨 꾀로 과부를 손에 넣을까 궁리하던 차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어느 날 새벽에 김선달은 과부 술집에 가 급히 문을 두들겼다.

 

과부는 그가 김선달이라는 말을 듣고 안면박대를 할 수 없어 들어오라 하며 무슨 일이 있어 꼭두새벽부터 법석을 떠느냐 하니 김선달이 거짓으로 아내가 볼일이 있어 친정에 가 이삼일 후에나 온다고 했기로 급히 가서 만나야겠는데 밥을 지어 먹고 떠날 시간이 없어 술이나 한잔 마시고 가야겠다고 했다.

 

과부가 묻기를 무슨 급한 일이 생겼냐니까 아무 말이 없이 오직 “ 꿈 꿈”하며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부인에게 무슨 불길한 꿈이라도 꾸셨나요”

 

“아니 아니”

 

김선달은 손을 내저으며 또 한 손으로는 제 입을 막았다. 말 못할 큰 꿈을 꾼 듯이.

 

그때서야 과부는 깜짝 깨달았다. 그렇다 예로부터 남녀간에 용꿈을 꾸면 귀한 자식을 얻는다 하였고, 또 용꿈을 꾸었다 할지라도 남녀 관계가 있기 전에 남에게 용꿈 꾼 사실을 이야기 하거나, 또 시일이 지나면 효과가 없다고 하였는데 지금 김선달이 용꿈을 꾸고 급히 아내를 만나러 가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여겼다.

 

이렇게 생각한 과부는 이제야 큰 씨를 받을 좋은 기회가 왔는데 천치가 아닌 바에야 어찌 김선달을 자기 부인에게 가도록 놓아 주겠는가.

 

그날 새벽에 김선달은 그렇게 애타던 과부와의 인연이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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