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겼을 지도 모를 팔봉도예의 맥을 내 아이들이 이어간다니 든든하지요. 워낙 힘든 길이라 처음에는 반대도 많이 했지만, 나중에는 흙냄새부터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막일부터 시켰습니다.”
흙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 박창영(57·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팔봉도예원장) 광철씨(34·김제시 백산면 상정리). 지난해 ‘부자전’을 열였던 팔봉도예가가 올해는 ‘가족전’으로 외출을 했다. 22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뒤늦게 도예를 하게 된 저와 결혼 후 아버지 권유로 시작한 매형에게 아버지는 스승입니다.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시는 가르침에 스승과 제자 사이의 엄격한 예를 지키려고 노력하지요.”
경주에서 도예를 하고 있는 사위 김종대씨(40·경주시 양북면 용당리 대왕도예 대표)는 가마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전주에 오지 못했다. 가족들 틈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예를 취미 삼게 된 아내 유길순씨(56)도 코일링작업을 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큰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의 다양성과 변화, 응용 등 실험성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장군과 자라병 형태를 기본으로 조형적으로 형태를 조합하거나 변형했죠.”
흙과 빛의 어울림에 묘한 매력을 느껴 전등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광철씨는 지난해 공모전 준비로 건강이 악화된 탓에 출품작들이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다고 했다.
‘실내 인테리어 소품’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다기와 반상기, 주기 세트 등 생활자기류와 쌀독과 조명기구 등 장식성 소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박창영씨가 내놓은 죽순 모양의 쌀독은 현대식으로 편리함을 더하고 크기별로 흙과 유약을 달리해 만들어 봤다. 1m가 넘는 분청호리병은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을 정도로 어렵게 완성한 작품이다.
“나는 이제 힘이 부쳐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지만, 아들과 사위를 생각하면 흐뭇하지요. 아들 작품은 창의력이 좋다면, 사위는 나처럼 전통적인 냄새가 강하죠.”
박창영씨는 열다섯살 부터 서울 천호동 도자기 공장과 경북 경주 도자기촌에서 전통기술을 익혀왔으며, 마흔이 되던 해 고향 익산에 팔봉도예원을 열었다. 아들 광영씨는 90년대에 도예에 입문한 후 2001년 뒤늦게 백제예술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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