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19:54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템포] '태조 어진'만 모신 진전 가장 전주다울 수 있는 유산'

경기전에 대한 새로운 조명

6월30일까지 열리는 국립전주박물관 '경기전과 태조 이성계-왕의 초상'은 보물 931호인 태조어진과 관련 유물 200여점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경기전은 전주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역사적 공간이다. 그러나 전주사람들에게 경기전은 도심속에서 언제라도 찾을 수 있고, 또한 잠깐씩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으로서 더 친숙하다. 물론 역사적 공간이 일상적 삶의 공간으로 변신한 오늘의 환경을 딱히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의 삶과 분리되지 않은 긴밀한 관계속에 놓인 공간이야말로 오히려 바람직한 역사적 공간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의 경기전이 그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부여받기에는 미흡함이 많다는데 있다.

 

경기전은 조선왕조의 개창자인 태조 어진이 봉안된 공간이다. 유교를 국교로 택했던 조선왕조는 예의 실천을 특히 중시해 이를 위한 각종 건물을 건립했다. 왕이나 왕비의 영정을 모셔두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건립한 건물인 진전(眞殿)도 그중의 하나다.

 

경기전은 태조어진을 모셨던 이른바 진전이다.

 

조선시대의 진전은 모시는 어진의 수에 따라 2가지 형태로 나뉜다. 하나는 경기전처럼 한분의 어진을 모시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궁궐안에 있는 선원전처럼 여러왕의 어진을 봉안하는 형태다.

 

원광대 건축학부 홍승재 교수에 따르면 같은 진전이라할지라도 건축의 형식은 모시는 수에 따라 달라진다.

 

진전 중에서도 ‘태조 어진’ 한 분만을 모신 경기전이 다른 진전들과 구별되거나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오늘의 경기전은 태조 어진과 함께 여러분의 어진이 봉안되어 있다. 세종 정조 고종 영조 철종 순종의 어진이다. 이들 어진은 현대의 경기전을 위해 새로 제작된 것들이다.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특별한 배려가 담겨 있지만 이 어진들은 주인공인 왕들의 초상화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모두가 추정으로 그려진, 이른바 상상도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경기전 안에서도 어진이 봉안되어 있는 공간인 정전(正殿)에 다른 어진들을 함께 모신 형국은 경기전이 갖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이들 조선시대 어진들이 놓여진 회랑은 이른바 복도의 성격을 지닌 공간이어서 어진이 통행하는 복판에 놓여진, 매우 불경스러운 형국에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조선왕조의 본향임을 내세워 조선어진을 한자리에 모아보겠다는 의도가 오히려 역사적 실체를 왜곡시키는 결과로 뒤바뀐 현실은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조명하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예다.

 

25일 오후 2시, 전주 경기전을 답사하는 50여명 단체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삼성생명 김제 금구 연수소에 입소하는 여직원들이다.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경기전을 찾은 이들은 문화해설사로부터 경기전의 의미를 안내받았다.

 

정규 교육프로그램으로 한옥마을과 경기전 답사를 구성했다는 삼성생명 교육담당 이승헌씨는 “교육생들의 호응이 높고 전주를 알리는데에도 매우 좋은 시간이 된다”고 소개했다.

 

경기전은 이미 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찾아오는 전주의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다. 그렇고보니 경기전의 의미는 오히려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제대로 찾아지는 것이 아닌가.

 

전통문화도시로 가는 전주와 전주사람들에게는 경기전이 어떤 의미와 가치로 안겨져 있는지 되돌아보아야할 시점인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