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20:02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척박한 지역춤판서 꽃피운 현대무용

20주년 맞은 현대무용단 '사포'

“20년 전에는 현대무용을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현대무용이 어렵다는 고정적 이미지가 있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관객들이 많아졌지요.”

 

춤판이 척박했던 시절, 안무, 조명, 소품, 무대, 그들의 움직임은 곧 실험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의식이 높아진 관객들은 눈에 띄게 늘었다. 그것이 이들에게는 큰 힘이고 보람이다.

 

지난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초대된 ‘판소리와 춤-지울 수 없어라’로 호평을 받았던 현대무용단 사포(예술감독 김화숙 원광대 교수, 대표 신용숙 원광대 강사)가 창단한지 20주년을 맞았다.

 

18회의 정기공연과 21회의 소극장 기획공연, 11회의 야외공연 등 현대무용의 불모지인 전북에 새바람을 일으켜온 사포는 지역 현대무용의 토대를 쌓고 가능성을 발견해온 주역으로 꼽힌다. 1985년 11월 창단한 이후,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지역 간의 교류공연을 통해 서울과 지방의 문화격차 해소에도 한 몫해 온 사포의 발자취는 깊다.

 

예술이 시대의 흐름을 비켜갈 수 없듯, 사포도 시대마다의 이슈와 주제를 춤으로 풀어냈다. 동학농민항쟁을 다룬 ‘다시 핀 그대에게’(1996)와 남북 분단을 내용으로 한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1993) 등 근현대사를 재해석한 작품과 여자 단원들이 많았던 만큼 페미니즘을 외치는 무대도 만들었다.

 

해마다 오디션을 실시해 뽑는 사포의 현재 단원은 18명. 달마다 회비를 내고 공연에 출연하기 위해 개인이 의상을 맞추면서 공연을 치르면서도 단원들은 사포를 떠나지 못한다.

 

현재 사포를 이끌고 있는 신용숙 대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창단 멤버.

 

신대표는 “조명 부를 처지가 못 돼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놓고 전주 총화탑에서 공연했던 일, 변산 해수욕장에서 새끼줄을 쳐놓고 공연했던 일 등 고생했던 지난 날들은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경제적 여건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포는 20주년 기념신작 ‘그대여 돌아오라’(안무 김화숙, 대본 한혜리)를 12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올린다.

 

‘춤으로 보는 역사Ⅱ-다시 보는 동학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역사가 기억하고 있는 이름 전봉준을 오늘에 되살리는 무대다.

 

“역사는 우리가 언젠가는 해야 할 숙제처럼 생각됐어요. 광주민중항쟁 3부작을 95년부터 98년까지 끝내고, 20주년에는 이 지역 역사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신대표는 “무용의 상징성을 위해 새로운 각도로 인물의 정신세계를 조명한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동학의 영령을 부르는 사포의 초혼굿은 다소 무거운 프롤로그로 시작해 ‘해 돋는 나라’를 꿈꾸는 희망적인 에필로그로 끝이 난다. ‘오래된 함성’은 남자 군무로 농민군의 기백을 보여주며, 여자 군무로 펼쳐지는 ‘남루한 숨결들’은 남성의 활약상에 가리워진 여성들의 역할을 조명한다. ‘아무래도 나는 가야겠다’는 당시 백성들이 처한 상황과 삶의 무게를 소품으로 나타낸다. 신대표와 사포 단원 이흥민씨가 묻고 대답하듯 춤을 추는 ‘비로소 그대 생각’은 전봉준의 강인함 뒤에 감추어진 심리상태와 내면의 갈등을 그린다.

 

“지역에서 20년을 보낸 만큼 춤으로 보시하고 싶다”는 사포는 이번 공연의 객석을 모두 초대로 채운다. 단 한 번이라도 사포의 공연을 찾았거나 협찬을 해줬던 이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마음이다.

 

사포는 11월 말 쯤 20주년 화보집을 낼 예정이다. 평론과 대본, 안무스케치 등 화보집에서는 사포의 20년 성장을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