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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선 거문고 그 선율을 되살리다

국악의 위기를 단면으로 보여주는 전통악기 중 하나가 거문고다. 고구려 고분 무용총 벽화에도 나타난 거문고는 유구한 숨결을 간직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언제 사장될 지 모르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속에서 ‘대중화’라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국악계는 저마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유행을 쫓는 시대적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분야별, 악기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중 거문고의 위기는 국악과가 개설돼 있는 도내 대학의 거문고 전공생 수만 살펴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석대 국악과 전체 재학생을 통틀어 거문고를 전공하는 학생은 단 한명. 지난해 2∼3학년 재학생 가운데 거문고 전공생이 단 한명도 없었던 우석대 국악과는 올해 신입생 선발에서 거문고 전공생을 뽑아 겨우 명맥을 잇게 됐다. 이같은 악기 편중 현상으로 관현악단을 구성하기도 수월치 않은 대학측은 졸업생이나 객원으로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광대 국악과도 거문고 전공생이 없어 고민하기는 마찬가지. 최근 3년간 거문고 전공생을 선발하지 못한 원광대 국악과는 4학년 가운데 한 명이 있을 뿐이다. 원광대 국악과 설영원 조교는 “부전공을 활성화해 전공자가 없는 악기 연주를 대신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북대 한국음악과는 사정이 좀 나은 편. 학년별로 1∼2명씩 모두 5명의 거문고 전공생을 두고 있다. 60명 규모의 관현악단을 기준으로 각 악기별 필요 인원을 고르게 선발해 온 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빠듯한 인원인데다 해금 등 일부 악기에 인기 편중현상이 심화되면서 거문고 전공생을 꾸준히 확보한다는 계획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우석대 국악과 배미영 조교는 “저음이 특징인 거문고는 음정영역이 좁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면서 “현대 실정에 맞아 음향을 향상시킨 개량악기조차도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에 처한 전통악기 ‘거문고’를 되살리기 위한 모임이 출범한다.

 

지난 2003년 남원 민속국악진흥회가 발의한 ‘옥보고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모태로 국악인은 물론 전공생과 일반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악성 옥보고 기념사업회’가 발족됐다. 지난 2월 총회에서 민속국악원진흥회 강대인 수석부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한 ‘악성 옥보고 기념사업회’는 거문고 명인 김무길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과 이상호 전 민속국악원진흥회장 등 모두 17명의 이사진을 꾸리고, 사단법인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주내 전북도에 법인 등록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악성 옥보고 기념사업회 황의성 사무국장(남원시립국악단 기획실장)은 “거문고의 음악 발전과 연주가 저변 확대에 사업 취지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옥보고는 통일신라시대 거문고의 대가로, 지금의 남원 운봉읍 옥계동 지리산 계곡인 운상원(雲上院)에서 50년 동안 기거하면서 30여 악곡을 짓고 제자를 길러낸 것으로 후대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악성 옥보고 기념사업회는 기존 민속국악진흥회가 맡아온 ‘옥보고 거문고 축제’, ‘거문고경연대회’, ‘학술대회’ 등을 주관하고, 옥보고의 전설적 선율을 되살리겠다는 열정을 모아 창작위촉 발표회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거문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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