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의 시와...」펴낸 김광원 시인
“만해 한용운의 시는 시대성과 사상성, 문학성을 치열하게 수용하고 있으면서도 이것들을 한 덩어리로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1917년 이후에는 일제치하를 살아가는 민족적 아픔을 품고 시 속에 사회개혁성을 담아왔지요. 만해의 저항정신을 배우고 싶고, 저 역시 그런 시를 쓰고 싶습니다.”
김광원 시인(49·전주중앙여고 교사)이 연구서 「만해의 시와 십현담주해」(바보새)와 시집 「옥수수는 알을 낳는다」(문경)를 동시에 펴냈다.
「만해의 시와 십현담주해」는 김씨가 10년 전 발표했던 석사학위 논문. 진리를 쫓는 것이 좋아 스스로 불교적 성향이 강하다고 말하는 그는 만해가 쓴 한시 14편과 자유시 111편, 시조 35편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해 놓았다.
“만해의 시는 해석의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제에 나라를 잃고 쓴 시들이라는 점, 시를 왜 썼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님의 침묵’의 ‘님’을 조국, 민족, 부처, 진리 등으로 보는 기존 견해와 달리, 선(禪)의 관점으로 ‘본래성 회복의 한 표상’으로 본 김씨는 앞으로 ‘님의 침묵’만을 따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수수는 알을 낳는다」는 등단 10년만에 내놓은 두번째 시집이다. 착상이 떠올라도 표현할 그릇을 찾을 때까지 서두르지 않는 성격 탓이다.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효순이와 미선이가 미군의 장갑차에 죽었을 때 우리 학생들에게 소파(SOFA) 개정 서명지를 돌렸어요. 어른들 같았으면 겨우 서명만 했을 텐데, 우리 아이들은 아픈 마음을 한마디씩 쓰더군요.”
‘운전병 잘못 아니라면 장갑차 잘못이냐’ ‘미국이야말로 악의 축! 물러가라!’ ‘반미가 아니라 불타오르는 애국심이다’ 등 시인은 제자들의 목소리를 시로 담아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효순, 미선이의 한을 풀어 주세요’는 700명의 여고생과 시인이 함께 쓴, 701명의 합작품이다.
‘열다섯 꿈같은 나이에 청이처럼 바다에 뛰어들었’던 종군위안부의 아픔, ‘김정일, 착한 학생처럼 김대중을 맞이한’ 2000년 6·15공동선언, ‘전교조가 10년 만에 합법화’된 1999년 ‘아름다운 날들’, ‘시체들을 바리케이드처럼 쌓아올려 숨었’던 노근리 양민학살 등 만해의 시를 닮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는 사회적 이슈를 생생하게 시로 옮겨냈다.
전주에서 태어난 시인의 시적 상상력의 또하나의 축은 ‘전주 문화권’이다. 한을 삭여 승화시키고 판소리 가락으로 운율을 실어내고 전주의 풍경들을 곳곳에 넣어놓는 시인은 고향 전통의 맥을 이으며, 진리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내고 있었다.
1994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1995년 첫 시집 「슬픈 눈짓」을 발표했으며, 2001년 전주세계소리축제 단가 노랫말 공모에서 ‘민초가’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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