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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일은 같아도 처지는 다르다

<근원설화>

 

“일은 같아도 처지는 다르다” 고 할 때 그 <근원설화> 로 고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스갯소리로 인용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중늙은이가 주정뱅이로 술만 취하면 행동이 거칠었다.

 

한번은 며느리가 무거운 것을 이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두 손으로 머리 위의 짐을 움켜쥔지라 통통하고 부연 젖이 저고리 밖으로 나왔다.

 

술이 만취한 시아비가 마당에서 그것을 보자 젖이 하도 소담스러워 며느리에게 달려들어 입으로 젖을 쭉 빨았다.(며느리가 시아버지 상투를 틀어주는 사이라고도 한다)

 

그때 아들도 마당에 있었던지라 그 장면을 보고 화가 나서

 

“아버지는 미쳤는가봐”

 

“체, 제 여편네 젖 한번 빨아먹었다고 미쳤다고…… 너는 왜 내 여편네 젖을 삼년동안이나 빨아 먹었냐”

 

하더란다.

 

저 사람의 여편네 젖을 빨아먹는 그 일은 서로 같으나 며느리와 어머니의 처지는 다르다는 말이다.

 

위와 같은 이야기가 또 있다.

 

어떤 홀아비가 과부 며느리와 손자들하고 같이 살았다.

 

집이 가난하여 아랫방에서는 며느리가 두 어린것과 같이 거쳐하고 윗방에서는 시아버지가 거쳐했다.

 

어느 날 며느리의 친정어머니가 와서 저녁에 자게 되었다.

 

저녁에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말하기를 너의 어머니가 아랫방에서 자기가 좁을 것이니 내 방에 오셔서 같이 주무시게 하라고 했다.

 

며느리가 깜짝 놀라 세상에 그럴 수가 어데 있냐며 망령의 말씀이라고 하자, 시아버지가 하는 말이 예로부터 며느리는 자식이라고 했다. 너는 내 자식이여. 내가 자식의 어미와 같이 자는 것은 천하의 정리로 떳떳한 일이거든 네 어미와(자식의 어미) 내가 같이 자는 것이 무엇이 그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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