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이라는 말은 사이에 다른 것이 끼지 않고 바로 접촉되는 관계로, 간접의 반댓말이다.
이 말은 대필(代筆), 대변(代辨), 대역(代役)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이 할 일을 타인이 대리해주는 ‘대리문화(代理文化)’가 역겨워 생긴 말이 아닌가 싶다. 원시적인 동작을 빼놓고는 거의 모든 일을 타인이 대리해 주던 시절, 그러니까 1m가 넘는 장죽(長竹=담뱃대)을 문 채 웃 목의 재떨이를 아랫 목으로 옮기기 위해 밖에 있는 하인을 소리쳐 부르는가 하면, 코앞의 문갑 속에 들어 있는 족보를 꺼내 오라고 목청을 돋우던 시절 말이다.
이러한 간접문화의 뿌리에서 바야흐로 직접문화의 싹이 트면서 ‘몸소’, ‘손수’, ‘직접’ 등의 단어가 하나의 덕목으로 들춰지는가 싶더니 이젠 그 중에서도 ‘직접’이란 말에 자못 날개가 돋친 것 같다.
“전시장을 직접 둘러본 K 장관”, “부상자들을 직접 찾아 일일이 위로, 격려한 뒤 수행한 관계관에게 신속한 사후 처리를 직접 지시하기도…….”등 ‘직접, 직접, 직접’을 남발하고 있으니 이는 아마도 무엇인가 미덥지가 않고, 시원찮다는 심리의 묘한 표출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도저히 대리(代理)나 간접동작이 성립할 수 없는 말들도 많다. “직접 한번 입어 보시죠.” “직접 한번 맛을 보신 뒤에 말씀하시죠.”라는 말까지 들린다. 그럼 간접적으로 입어보고, 먹어볼 수 도 있다는 말인가?
이러다간 ‘직접 태어났다.’, ‘직접 돌아가셨다?’는 말까지 나올까 걱정된다.
지체 높은 분에게 가까이 할 수 있는 인간의 다리가 너무나 복잡했던 시절의 소심적(小心的) 콤플렉스의 표출이 아니겠는냐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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