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농촌이 깊은 시름에 젖어 있는 것 같다. 농번기에 한창 바쁠 텐데 쌀 협상 국회 비준을 저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과 아울러 외국산 농산물의 국내 유입이 확대되고 있고 이와 같은 추세는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우리 농촌도 이제 개방과 자유경쟁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고 농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업구조조정을 통하여 수입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방화 시대는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시장도 개방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장개방 여건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여 능동적인 수출농업으로 전환하는 노력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우리 농산물 수출을 보면 그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영세 농가와 소규모 수출업체 위주로 이루어지는 소극적인 형태다. 따라서 경쟁력이 취약하고 생산에서부터 수확 후 관리기술 및 물류유통 그리고 해외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과제는 농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먼저 정부의 강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리고 농가를 포함한 수출업체 및 유관기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특히 일선 지자체의 선도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농업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위기라고까지 말하는 이도 있다. 아니다.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60년대에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펼 때 무엇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었던가.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무엇이 있었던가. 하지만 우리는 해 냈다. 한 해 수출액이 무려 2,500억불이 넘는 나라를 만들어 냈다. 그 것은 바로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라는 통합된 의지와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농업에는 기본적인 자원이 갖추어져 있다. 땅이 있고 알 맞는 기후조건, 농민의 근면함, 그리고 국가적 지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범국민적 노력을 경주할 경우 농업은 회생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확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농가는 언제까지 시장개방을 막아 달라고 거리에 튀어 나와야 하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것인가. 아니다. 우리 농업에도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연간 200억불이 넘는 농산물을 수출한다. 우리나라의 작년도 농산물 수출액 20억불에 비교하면 믿기지 않는다. 네덜란드가 우리보다 국토가 크기 때문인가, 인구가 많아서인가, 그렇다고 인건비가 싼가. 모두가 아니다. 꽃을 비롯한 고품질 고부가가치의 전략상품을 육성하여 전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못할 게 없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우리 농촌도 이제 “수출을 해야 살수 있다” 그리고 “해 낼 수 있다”는 의식전환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농업 회생을 위한 노력은 농촌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류학자들은 농업이 망하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안정적 국가 영위도 불가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농업 발전은 중차대한 국가적 명제이며 특히 농도 중에 농도인 우리 고향 전북으로서는 절대 절명의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개방화 시대를 맞이하여 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수출농업의 육성은 우리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인 것이다.
/박상모(재경임실군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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