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연출가 유신욱의 행복한 꽃이야기
객사에서 다가교를 잇는 충경로 끝자락에는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하다. 그 향기를 쫓아가면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곳 ‘유영 플라워’가 있다. 자신만의 감각으로 ‘유영 스타일’을 이끌어낸 공간연출가 유신욱(54)씨의 꽃방이다. 이곳에서 ‘같은 꽃도 그가 꽂으면 다르다’는 말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사람, 유신욱을 만났다.
“꽃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연스럽지 않은 꽃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자연스러운 꽃은 마음을 감동시키죠. 꽃은 시들어도 감동은 영원히 살아있거든요” 꽃이라고는 장미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모든 자연이 꽃이라고, 그 꽃들을 생활속에 들여놓으면 삶이 달라진다고…
처음엔 그냥 취미로 시작했다. 어느덧 재미가 붙었고 회사 동료들을 가르칠만큼 손재주도 달라졌다. 꽃을 자신의 일로 만들고 싶어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고향 전주로 내려온 것이 86년.
그때부터 20년을 한결같이 지켜온 그의 꽃방은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 잡았다. 꽃과 나무, 소품들의 어우러짐은 18세기 유럽정원을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움과 낭만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저의 즐거움입니다. 그 즐거움이 자부심이 되었고 이제는 의무감이 되었죠. 저의 가게를 보는 이들이 자연을 많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즐거움이죠.”
오늘의 그는 단순한 플로리스트가 아니다.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공간디자인까지 그의 활동 영역은 넓어졌다.모든 자연과 공간연출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의 일상이 이어낸 결과다.
그가 즐기는 소재는 자연. 자투리 나무를 짜집기해 벽에 걸어놓은 장식품과 풀잎 뒤에 쳐놓은 모시, 꽃잎 모양으로 내놓은 수박, 나뭇잎 넵킨위의 오미자차까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에도 세련된 감성을 불어넣는 그의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가 디자인이다. ‘유영스타일’이 왜 남다른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꽃을 예쁘게 꽂는 비결을 물었다.
“꽃은 이미 예쁘기 때문에 예쁘게 꽃을 필요가 없어요. 그것들의 원래 자리를 찾아줄 뿐이죠. 자연스럽게 꽂는 것, 마음에 와 닿게 꽂는 것이 진정한 꽃꽂이예요”
그에게 꽃을 배우는 100여명의 회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도 자연스러움이다. 자연을 존중하고 즐기라고 일러둔다.
“어른들보다 오히려 아이들이 더 꽃꽂이를 잘해요. 가르쳐주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를 정확히 찾아내죠. 잘 하려는 욕심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꽃을 대하기 때문입니다. ”
그는 학교 특기적성교육에 꽃꽂이나 식물가꾸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털어놨다. “영어, 수학 등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자연의 감촉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의 소중함을 알면 다른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심성을 갖게 되죠.”
꽃꽂이가 너무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쥬스병에 들꽃 한송이 담아두거나 소주잔에 꽃잎을 띄워 식탁에 놓아보는 건 어떨까. 손쉽게 생기 가득한 집안을 만들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꽃이 있어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고 그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면 더이상 부러울 것이 없다는 유영씨.
20년을 한결같이 꽃과 함께 했지만 아직도 예쁜 꽃을 보면 설렌다는 소녀같은 그를 보니 노래 한구절이 떠오른다.“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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