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전 한일신학대 총장
천국에 못 간 옷 좋아하는 여자 이야기가 있다. 천국 입구에 옷가게가 있어 그곳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 천국 문이 닫혔다는 이야기다. 남편들이 아내와 옷 쇼핑을 갔을 때 이옷 저옷 입어보고, 요모조모 따지며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빚대 지어낸 웃으갯 소리일 게다.
옷 가게 대신 서점이 거기에 있으면 천국행 티켓을 쓸모없게 할 분이 있다. 올 연초 정년퇴직한 이영호 전 한일신학대 총장. 그는 지독한 ‘서점 중독증’ 환자다. 정년 퇴임 이후 하루라도 서점에 들리지 않으면 하루 할 일 중 뭔가 빼먹었다고 허전해 한다.
이 전 총장께 왜 그렇게 서점에 자주 들르냐고 묻는 것 자체가 우문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서점가기는 그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물었다. 집에 소장한 책도 많을 게고, 서점 아니더라도 도서관이나 인터넷 등에서 많은 자료를 섭렵할 수 있을 텐데 번거롭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굳이 이유를 말하라면 어려서부터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강했습니다. 대학교수로 재직할 때는 전공이 신학과 교육학이어서 사회 전반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고요.”
총장 재직 4년 정도를 제외하고 33년 교수 재직시절 최소한 이틀에 한 번꼴로 서점을 방문해온 그는 전주시내 왠만큼 서점의 책 배치도를 꿰뚫고 있다.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 서점 직원보다 잘 알아낼 정도다.
그가 주로 찾는 곳은 홍지서림이지만, 필요한 책을 위해서는 어디든 찾는다. 최근 문을 연 대한서적과 종교 전문서점 등도 자주 찾는 서점이다. 80년대 사회과학에 깊은 관심을 뒀을 때는 새날과 금강서점을 자주 찾았다. 두 서점이 문을 닫은 게 참 아쉽단다.
이 전 총장이 서점에서 사온 책들은 집 서고를 채우고 계단까지 수북히 쌓여 있다. 더러 도서관에 내놓기도 했지만, 소장하는 책이 어느 정도인지 자신도 모른다. 좀 한가해진 지금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서점에서 책보기는 일반 사람들고 별 차이가 없다. 관심있는 분야의 책중 신간 목차와 내용을 훑어보고 구입할 책인지 판단한다.
그의 관심 분야는 아주 넓어 관심이 없는 분야를 말하는 편이 쉽다. 경제·경영·리더쉽 관련 분야 정도가 그의 관심 밖이다. 최근에는 전문 분야보다 통합적 지식과 관련된 책에 손이 가진다고 한다.
전공인 종교와 교육학 분야 책과 함께, 대학 재직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영화 관련(두 달 전 그는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위원장을 맡아 활동중이다) 책도 꾸준히 읽는다.
요즘 대학생들이 취업 위주로 공부하는 것을 그는 못마땅해 했다. 사회·인문과학 등 교양에 관한 책과, 삶의 질을 높이는 종교적 묵상에 관한 책, 문학작품을 두루 봤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정년 뒤 여유를 갖게 됐다는 이 전총장은 앞으로 1년 반동안 잡지에 기고해온‘종교적 관점에서 본 영화읽기’를 정리하고, 기독교 교양서 책 발간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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