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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맛&멋] 맛있는 이야기 - 오정숙 명창

"음식도 우리걸 먹어야 제대로 소리가 나와요"

‘그 작은 사람이 무대에 서면 무대가 꽉 차 보인다.’

 

야무지게 똑 떨어지는 옹골찬 소리는 알아듣기 쉽고 반듯하다. 멋드러지는 몸짓과 감정은 생생하게 되살아나 귓볼을 살살 간지럽히다가도 힘있게 귓가를 때리고 퍼져나간다.

 

오정숙 명창(70)의 소리판은 보고듣는 재미가 무대와 객석을 채우고도 넘친다.

 

소리꾼에게 가장 중요한 악기는 목소리. 좋은 음식과 좋은 소리가 어울리듯, 작은 체구를 타고 흘러나오는 소리가 이처럼 강단있으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배고픈 시절에는 소리 한 번 하고 나면 음식이 소화가 다 되어버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죠. 소리를 힘있게 하려면 고기를 먹고 기운을 내야 하는데, 그 때는 고기가 귀하다 보니 먹고싶어도 못 먹었어요. 밥 한끼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까요.”

 

10살 때부터 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오명창은 “그 때는 먹을 것이 귀해서 우물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먹으면서 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음식이 맛이 없다고 먹지 않는 어린 제자들을 보면 옛 생각에 괜시리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동안 소리에만 몰입하다보니 음식 만드는 일에는 소홀하게 됐다는 명창.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물로 배를 채우면서 배고픔을 뚫고 소리를 단련시켜온 그가 좋아하는 음식은 의외로 소박했다.

 

“내가 한국 사람이고 우리 소리를 하니까 음식도 우리 것을 먹어야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요. 내가 맛에는 민감한데, 김치찌개를 제일 좋아합니다.”

 

김치찌개에는 역시 김치가 중요하다. 너무 시지 않도록 알맞게 익은 묵은 김치에 ‘숭덩숭덩’ 돼지고기를 썰어넣고 끓인 김치찌개에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최고다.

 

“완창은 아무나 못 해요. 완창무대는 여자가 임신을 해 출산하는 힘을 다 씁니다. 그래서 나도 보약도 지어먹고 하지만,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 만큼 중요한 게 없어요.”

 

오명창은 1972년부터 춘향가, 흥보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순으로 해마다 판소리 완창발표회를 가져왔다. 지금은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 315번지에 스승인 동초 김연수 선생의 아호를 따 ‘동초각’을 지어 제자들을 길러내고 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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